"트레이드가 나쁜 게 아니었네요."
홍건희(29・두산)는 지난해 야구 인생 큰 전환점을 맞았다. 6월 초 류지혁과의 맞트레이드로 KIA 타이거즈에서 두산 베어스로 팀을 옮겼다.
KIA 시절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만, 제구 난조로 선발과 불펜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그는 두산 이적 후 확실하게 필승조로 자리를 잡으며 50경기(56⅔이닝) 3승 4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76의 성적을 남겼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승리 때마다 홍건희의 활약에 미소를 지으며 "덕분"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홍건희는 "트레이드 됐을 때 정신도 없었다. KIA에 오래 있어서 낯설고 적응이 힘들 거 같았다. 막상 오니 동료들도 잘 챙겨줘서 금방 적응하고 편하게 야구했다"라며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트레이드가 나쁜게 아니었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야구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상무에서 선임이었던 이현승 형을 비롯해 박세혁, 유희관 형이 잘 챙겨줬다. 또 후배들도 많이 가르쳐준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동안 제구에 대해 압박감을 받았던 그는 두산에서 강점인 구위를 살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홍건희는 "KIA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구단에서 빠른 공을 던지길 원해서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구위로 승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홍건희가 트레이드 후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두산은 필승조 보강 효과를 누렸다. 홍건희는 "처음에 와서 두산이 워낙 강팀이라 내가 못하면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 내가 잘할 때 네가 와서 이렇게 치고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해줬다. 뿌듯하고 자신감이 생겨서 재미있게 야구했다"라며 "잠실구장이 많이 크다. 나는 뜬공 유도가 많은 투수라서 주변에서 잠실에서 던지면 좋은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그걸 알고 들어가니 자신감이 생겼다. 또 두산 수비도 워낙 좋다"고 고마워했다.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지만, 경기에 뛰지 않았던 그는 두산에서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했다. 2경기에서 1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고, 팀도 준우승에 그쳤던 만큼, 홍건희는 다음을 다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솔직히 결과가 좋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도 큰 무대를 경험했으니 앞으로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거 같다"고 밝혔다.
2020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두산 데뷔전'을 꼽았다. 그는 "올해 잘 던진 경기, 못 던진 경기가 모두 있었는데, 두산 이적 후 첫 경기는 데뷔하는 느낌이 났다. 새로운 팀에서 첫 등판이니 한국시리즈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서울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그는 "지난해 좋은 모습도 많았지만, 부족한 부분도 많이 봤다. 빠른 공이 장점이지만, 한계가 있었다.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변화구 하나 만들고 싶었다. 또 후반기로 가니 힘에 부친 모습도 있어 미리 체력도 준비해야 할 거 같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KIA에서는 선발 욕심이 많았다. 그러나 새로운 팀에 오니 생각이 바뀌었다. 무조건 선발을 고집하기보다는 나이가 있으니 보직과 관계없이 내 자리를 만들고 싶다"라며 "구체적인 수치 목표보다는 작년에 풀타임을 뛰면서 안 아픈게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부상없이 풀타임 소화가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작년에 한국시리즈에서 아쉬운 모습이 있었으니 올해도 한국시리즈에 가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면서 우승하고 싶다. KIA에서 우승 반지 하나 받았으니 두산에서 꼭 하나 더 갖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