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현준이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울림’ 또한 깊어지고 진해졌다.
신현준은 지난 15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에세이 ‘신현준의 울림’ 출판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현준의 울림’은 배우이자 방송인, 대학 교수인 신현준의 다섯 번째 자전적 에세이다. 2020년 기준, 신현준은 ‘배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지 30년이 됐고, 그 세월 속에서 신현준은 배우, 방송인, 교수로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대종상 신인상, 골든비디오 남자 연기상, 청룡영화제 인기상, 하와이영화제 아시아스타상, 춘사영화제 한류문화대상, KBS 연기대상 우수연기상, KBS 연예대상 최연소 공로상,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 등을 받았고, 현재는 영화사 HJ FILM 대표로 영화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신현준이지만 그는 이 모든 성과가 절대로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며, 혼자서 이룰 수도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수많은 은혜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 특히 그는 오늘날까지 자신을 키워온 울림이 여럿 있었지만 ‘가족과 신앙의 울림’, ‘살아오며 만났던 소중한 사람들의 울림’, ‘살고 있는 사회와 자연으로부터 받은 울림’으로 소개했다.
▲ “힘든 일 이후 축하하고 감사한 일 가득, AACA 수상 잊지 못해”
신현준은 이 에세이에서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최근 나에게 힘든 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힘든 일’이란 지난해 7월 전 매니저 김모 씨가 신현준의 갑질 의혹, 프로포폴 의 등을 잇따라 폭로한 것. 이에 신현준은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고, 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신현준은 “12월에 굉장히 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0년 아시안 아카데미 크리에이티브 어워즈(AACA)’에서 ‘미스터 주’가 상을 받았다. 처음 제작한 영화이고, 해외 출품도 처음이었는데 아내가 물리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수상을 생각하지 못했다. 아시아 모든 국가가 출품하고, 코미디 부문도 6~7개 정도 후보가 있었다. 언택트 시상식이지만 시상식이기에 예의를 갖추고자 턱시도를 입고 앉아 있었는데 ‘코리아, 미스터 주’라고 하더라. ‘내가 국가를 대표해서 나온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나도 모르게 큰 리액션이 나왔다. 국가대표가 되어서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현준은 58회 영화의 날에 영화인협회장 감사패, 신협 감사패,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장 표창장을 받았다. 여기에 새 에세이까지 발간했다.
신현준은 “2020년은 파란만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에세이 발간은 읽은 분들이 마음이 따뜻해지셨으면 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고,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 중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주변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했다. 책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위로가 되고, 특별한 도전을 주기도 하는데, 이 책 역시 쓰면서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 “갑질 논란, 생각하지도 못해 패닉…진실 승리하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신현준은 이 에세이에서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최근 나에게 힘든 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힘든 일’이란 지난해 7월 전 매니저 김모 씨가 신현준의 갑질 의혹, 프로포폴 의 등을 잇따라 폭로한 것. 이에 신현준은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고, 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신현준은 이 책에서 갑질 논란, 프로포폴 의혹 제기 등을 ‘힘든 일’이라고 표현했다. 신현준은 “10년을 ‘연예가중계’를 하고, 스무살에 데뷔해 감독님, 선배님들로부터 ‘우리는 늘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한번 더 생각하고 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 조심이 몸에 배어있다. 제자들에게도 ‘배우라는 단어 안에는 배려, 자기관리 등과 힘든 일도 참아내고 이겨내는 게 배우’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터지니 패닉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신현준은 “스무살에 데뷔한 뒤 가족 공개를 하지 않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게 된 건 아이들에게 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모습을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게스트가 부모님과 추억을 이야기하며 우는데, 나도 아버지가 떠올라서 울었다. 이후 PD님이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있으면 방송에 함께 쓰고 싶다고 부탁해 집에 와서 찾아봤는데 없더라.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의 모습을 담아주고 계셨기 때문이다. 하염없이 울었다. 내 아이에게는 이런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에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며 “그런데 예고가 나오고 ‘갑질 논란’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아내와 피눈물을 흘리며 방송을 봤다. 나쁘게 이용되는 것에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전 매니저 김 씨는 신현준의 갑질 논란 이후 프로포폴 의혹 등을 추가로 제기하며 신현준을 궁지로 몰았다. 하지만 신현준은 타협하지 않았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현준은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 ‘아이들이 컸을 때 이처럼 황당한 일을 겪으면 선택을 해야 할텐데, 아이들이 나를 떠올릴 수 있으니 내가 확실하게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법적 대응을 선택했고, 아내와 어머니, 장인, 장모님도 믿고 응원해주셨다”고 밝혔다.
▲ “힘든 일 때문에 고비도 몇 번, 가족 없었으면 못 버텼을 것”
신현준은 오명을 벗었다. 법적으로 아무 혐의가 없다는 게 밝혀진 것. 신현준은 이 기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는 남편이 나쁜 생각을 할까봐 늘 옆에 붙어 있었다. 마트도 같이 가는 등 늘 옆에 있었다. 가족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며 “(박)중훈이 형도 매일 전화를 해서 대신 욕해주고, 마음이 다칠까봐 위로도 해줬다. 몇 번 고비가 있었는데, 중훈이 형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신현준은 아이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올해로 여섯 살이 된 첫째 민준이는 아빠의 마음 고생을 알고도 내색하지 않았다. 신현준은 “아빠는 배우, 엄마는 첼리스트라서 아이의 감수성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예민하다. 나는 아내와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건이 마무리되고 첫 녹화를 나갈 때 ‘아빠 어디가?’라고 하길래 ‘촬영 가’라고 했더니 말 없이 펑펑 울더라. 내가 바쁘게 일할 때는 일상적으로 한 말인데, 6개월 만에 한 말이었다. 내가 마음 고생한 걸 아이가 알고도 내색하지 않았던 것 같아 미안하고 고마웠다. 신기하기도 했다. 내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신현준은 “그 사건 이후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아내에게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것들, 서운했을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메모를 적었고, 그 메모들이 에세이 발간으로 이어졌다. 그 사건은 영원히 남을 상처겠지만,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많은 사람을 위로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현준은 “현재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부분이 진행 중인데, 이건 번외게임이다. 변호사님이 진행하고 계시고, 나는 마음을 비웠다. 황당한 일에 대한 마무리는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동학대, 동물학대, 왕따 등의 괴롭힘이 없어졌으면 한다. 예전에 SNS에 올리기도 했지만 ‘얼굴 없는 살인’이다. 학대, 협박, 괴롭힘이 일어나지 않고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연기 잠시 쉬지만 깨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든지 OK”
신현준은 이번 에세이에서 아쉬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당분간 연기보다는 가족에 집중하겠다는 것. 정형화 된 캐릭터가 아닌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신현준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대해 신현준은 “머리와 몸은 쉬지 않고자 한다. 운동 열심히 하며 관리하고, 영화 제작에도 힘 쓰려고 한다. 60살이 되기 전에는 ‘테이큰’ 같은 멋진 액션 영화를 찍고 싶다. ‘저 아저씨가 저런 액션이 되는구나’, ‘마냥 쉰 게 아니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준은 예능 출연 등에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사람을 통해 많이 배운다. 이런 공부가 없기 때문에 뭔가를 깨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든지 OK다”라고 밝혔다.
‘힘든 일’ 이후 첫 예능은 MBN ‘더 먹고 가’였다. 지난 17일 방송된 ‘더 먹고 가’에 출연한 신현준은 임지호, 강호동, 황제성으로부터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신현준은 이에 대해 “영화 ‘밥정’을 보고 임지호 선생님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많다고 느꼈다”며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색했을텐데 강호동, 황제성은 굉장히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생들이다. 오랜만에 예능에 출연해 많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갑질, 프로포폴 의혹이라는 황당한 일을 겪었지만 신현준은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과 가족,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정면 돌파를 선택, 오명을 씻어낼 수 있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진실을 밝히고, 거짓을 단죄한 신현준. 그 시간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더 단단해지고 깊어진 신현준이라는 사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 깊어진 신현준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