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에픽하이가 위로와 공감으로 꽉 채운 정규 10집으로 돌아왔다.
에픽하이는 18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정규 10집 Part.1 ‘Epik High Is Here 上'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에픽하이는 지난 2019년 발매한 ‘sleepless in __________’ 이후 약 2년 만에 컴백을 알렸다. 정규앨범으로는 지난 2017년 발표한 정규 9집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이후 3년 3개월 만.
타블로는 "저희 에픽하이 밖에 없는 독립회사를 시작한지 2년이 넘었다. 저희가 해야되는 일들이 늘어나서 열심히 일을 했고, 해외에서 늦깎이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2020년 전까지 투어를 많이 돌았다. 집에서는 하루 아빠로서도 열심히 살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미쓰라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좋아했는데 2020년이 오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됐다. 집과 작업실을 오고 가며 앨범에 매진했다"고 밝혔고, 투컷 역시 "저도 작업을 했고, 아이들이 온라인 학습을 해서 똑같은 시간에 두 개를 켜야 해서 혼란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에픽하이는 "저희 같은 공연형 그룹이 지금 앨범을 내는게 맞나 고민을 했다"며 "최근에 방송국에서 유노윤호 씨를 만났는데 윤호 씨가 얘기한게 비 형도 나오고 형들도 나오고 저도 나오니까 예전에 활발하게 활동할 때가 떠오른다고 하더라. 이효리 씨도 나오고 예전도 생각나지만 미래를 향해서 갈 수 있는 이런 시기에 컴백을 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에픽하이의 이번 정규 10집은 ‘上’과 ‘下’ 2CD 앨범으로 구성됐으며, 이날 공개되는 Part.1 ‘Epik High Is Here’에는 ‘LESSON ZERO (레슨 제로)’, ‘ROSARIO (로사리오)’, ‘내 얘기 같아’, ‘수상 소감’, ‘LEICA (레이카)’, ‘정당방위 (IN SELF-DEFENSE)’, ‘TRUE CRIME (트루 크라임)’, ‘SOCIAL DISTANCE 16 (소셜 디스턴스 16)’, ‘END OF THE WORLD (엔드 오브 더 월드)’, ‘WISH YOU WERE (위시 유 워)’까지 총 10개 트랙이 수록됐다.
2CD로 이번 앨범을 계획한 이유에 대해 "예전에 2CD 앨범은 더 이상 내지 않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본의 아니게 번복을 하게 됐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상하로 나눈게 마치 어느 영화가 1편 2편으로 나눠졌기 때문에 두 편을 다 봐야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렇게 비유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마블로 따지면 상편은 '인피니티 워' 언젠가 발매될 하편은 '엔드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씨엘, 지코를 비롯해 헤이즈, 창모, 넉살, 김사월, 우원재, 비아이, 미소, 지소울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며 발매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타블로는 "저희 에픽하이 같은 경우 협업 상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그 노래를 완성에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해 함께 가줄 분들을 찾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한다. 사실 앨범을 만드는데 모든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아이와의 작업에 대해서도 "앨범을 만드는데 있어서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는데 어느 하나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 비아이 군과의 작업도 무게감 있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과정 속에서 이 곡을 포기할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비아이가 만들어 준 것도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컷은 "곡 작업을 하면서 이 곡의 멜로디와 보컬을 비아이가 하면 가장 잘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작업 막바지에 곡을 쭉 들어보니 이 곡은 꼭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타이틀곡 ‘ROSARIO (로사리오)(Feat. CL, 지코)’는 타인의 불행과 실패를 바라는 자들에게 날리는 시원한 일침을 담았다. 용기를 잃은 현시대 사람들을 대변해 ‘나는 살아있는 전설이고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외치는 트렌디하고 강렬한 힙합곡으로, 씨엘과 지코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다른 타이틀곡 ‘내 얘기 같아 (Feat. 헤이즈)’는 슬픈 드라마·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한 테마곡이다. 기존 힙합곡의 틀을 완전히 벗어버린, 영화나 애니메이션 OST에서나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며 에픽하이와 헤이즈의 호흡이 리스너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번 앨범에도 위로와 공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미쓰라는 "위로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는 에픽하이의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면서 항상 우선시 되는 것이다. 저희의 경험에 의해서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전작에서는 타블로 씨가 실제로 불면증을 겪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그는 "저는 원래 그런 성향의 사람이 아니기는 한데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들에서 오는 좌절감과 인간관계의 어려움, 내가 해야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지, 제가 공황장애가 와서 녹음하다가 뛰쳐나가기도 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마음의 병을 겪는 분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타블로는 "미쓰라씨 같은 경우는 제일 저희들 중에서 안정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그런 일들을 겪는 것을 보고, 겪은 사람이 전달할 수 있는 위로가 분명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로 바꿔서 전달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가사에 그런 부분들을 더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데뷔 18년차가 된 에픽하이. 힙합과 음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미쓰라는 "눈 보다 마음이 호강하는 음악"이라고 답했고, 타블로는 "만들 때는 우리의 것 내는 순간 듣는 분의 것"이라며 "저희의 노래들이 저희의 생각을 담기는 했지만 듣는 분들이 생각하는대로 변형되고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컷은 "음악은 인생"이라며 "이제는 음악을 한 시간이 안 한 시간보다 더 길어졌다. 저희의 음악을 안 들은 시간 보다 들으신 시간이 더 길 것이다. 이제는 삶을 같이하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에픽하이는 얻고 싶은 성과를 묻자 "눈에 보이는 성과 보다는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것 같다"며 "희망사항은 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여러분들과 한 공간에 서 뛰어놀 수 있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아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