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문소리 "70대 할머니 되도 연기하고파…소통 가능한 사람"(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1.19 11: 57

 “저는 첫째고 남동생만 있는데, 꼭 자매가 아니어도 이 사회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배우 문소리(48)는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여성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한 가정에서 자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며 ‘세 자매’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문소리는 새 한국영화 ‘세 자매’(감독 이승원, 제작 영화사 업・영화사 연두, 제공배급 리틀빅픽처스)를 통해 이달 27일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메기’(감독 이옥섭) 이후 2년 만의 컴백이다. 

1월 27일 개봉하는 ‘세 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 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소리는 둘째 딸 미연을 연기했다. 첫째 희숙은 배우 김선영(46), 막내 미옥은 모델 출신 배우 장윤주(42)가 맡았다. 
이날 문소리는 “코로나 시기에 개봉해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 거기까지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조금 더 의미 있게 다가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어려우니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와 달라고 말하기 어렵다. 요즘에는 오후 9시 이후 상영할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깝다”면서 “‘극장으로 왜 보러 안 오시는 거냐’라고 관객들에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출연 계기에 대해 문소리는 “이승원 감독님이 처음엔 시나리오를 쓴다고 해서 기다리겠다고만 했었다. 근데 빈말이 아니었다. 빠른 시간 안에 초고를 써서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부터 희숙, 미연, 미옥 캐릭터가 이미 구축돼 있었다. 감독님은 배우가 캐스팅 되면 그 배우에 맞게 다시 수정에 들어간다. 장윤주가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 됐는데 그에 맞게 미옥이 수정됐다. 제가 맡은 미연 캐릭터는, 감독님이 저와 얘기 나누면서 대사를 많이 수정하신 거 같다”라고 전했다. 
불교지만 캐릭터를 위해 교회에 다녔다는 문소리는 “교회에 자주 갔다. ‘저걸 내가 캐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곳에 물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갔다”며 “집에서도 피아노 치면서 찬송가를 부르기도 하고, CCM을 많이 듣고 유튜브로 교회의 예배 영상을 봤다. 금요 철야예배에 가긴 어려웠지만 주일예배에는 참여하려고 노력했다”고 노력한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선영, 장윤주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서 도움을 요청했다. 김선영의 (친)언니는 초등학교 때부터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 언니도 직접 만나서 제가 인터뷰 같은 질문도 많이 했다. 분위기도 많이 살폈다”라고 캐릭터를 연구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소통과 거짓말’(2017), ‘해피뻐스데이’(2017)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강렬한 캐릭터 설정,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로 시너지를 냈다.
문소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처음 봤는데 그날 엄청 울었다. 저는 제 영화를 보고 잘 안 우는데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며 “김선영, 장윤주는 기술 시사 때부터 많이 울더라. 제가 ‘무슨 자기 영화를 보고 펑펑 우니?’라고 했었는데 저도 울어서 부끄러웠다.(웃음) 영화를 볼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고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전했다.
미연과 비슷한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제 내면에서 별로 안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 ‘나 힘들어, 어려워’라고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고 한다. 내보이려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비교했다.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미연의 마음 속에 있는 어떤 부분이 저에게도 있지만 평소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다. 그 캐릭터를 너무 이해하면서도 처음엔 와락 껴안기 힘든 심정이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촬영 10일 전까지 마음을 앓았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와 현재 아버지상에 대한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의 성장과정에서 마음 속에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크게 자리잡았을 수 있다. 그게 얼마나 큰 것인지 얘기하는 영화인 거 같다. 그렇게 아주 특별한 아버지를 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쓸 때 (아버지상을) 특별하게 그릴지, 알고 보니 그렇게 특별한 얘기는 아닌데 혹시 관객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어떨지 고민이 됐다. 감독님이 초고부터 2고, 3고를 고쳐쓰면서 그런 지점을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현장 과정을 떠올린 문소리는 “이 감독과 김선영이 과감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 김승원 감독님, 김선영은 오랜 시간 극단에서 활동하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격하게 논의를 한 거다. 물론 저는 처음에 놀라서 ‘저렇게 토론해도 괜찮은가?’ 눈치를 보기도 했다.(웃음) 그들의 토론이 신기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문소리는 “저는 현장에서 훨씬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현장은 감독님 만들어 놓은 세계이기 때문에 내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울 때가 많은데 김선영 배우는 다르더라”고 비교했다.
“저는 70살이 넘는 할머니가 돼서도 패기 넘치게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20~30대 감독님들과 일(연기) 하고 싶다. 저를 써주기만 한다면 그런 감독님과 소통할 수 있는 할머니가 됐으면 좋겠다. 대화하고 소통하고,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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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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