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란 무엇인가"…'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x오정세 던진 질문(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1.19 17: 44

 “우리에게 있어서 직업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이태겸 감독이 19일 오후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어떤 사건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환경을 접하다가, 어느날 30대 여성이 지방 현장직으로 파견됐다는 기사를 우연히 읽고 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제공 홍시쥔, 제작 홍시쥔・아트윙, 배급투자 영화사 진진)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된 정은(유다인 분)이 1년의 시간을 버티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이태겸 감독은 “영화 전체적으로 직업이 생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송전탑은 멀리서 보면 혼자 잘 있는 거 같다. 정은과 어울릴 만한 직업을 찾다가 송전탑에 오르내리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쇠의 차가움이 정은이 처한 상황과 어울릴 거 같았다. 그런 부분이 녹록치 않은 우리네 삶과 연결된다고 봤다”고 영화의 메시지와 캐릭터를 설정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정은은 본청 내 우수사원이었으나, 어떠한 이유로 권고사직을 마주하고 1년 동안 지방 하청업체로 파견을 가게된 인물이다. 
이에 유다인에게 정은을 맡은 이유를 묻자, “이 시나리오를 보기 전 (해고됐던) KTX 승무원 전원이 복직됐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그분들이 (해고된) 그 시기 동안 어떤 싸움을 해왔는지 다큐멘터리로도 접했던 터라 시나리오가 영화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시나리오를 보고 배우 개인으로서 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이건 내가 해야겠다. 영화가 어떻게 나오든 부끄럽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다인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권고 사직 위기를 겪는다. 정은의 사방이 위기라는 생각을 했다”며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내가 포기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가겠다는 감정을 유지하면서 그녀의 심리적인 것들에 집중해 캐릭터를 생각했다”고 분석, 표현 과정을 설명했다.
이에 이 감독은 추가 설명을 보태며 “유다인의 내면성이 강하다고 봤다”고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오정세는 하청업체에서 근무 평가가 좋지 않은 직원 막내 역을 맡았다. 그 역시 열심히 자신의 것을 해내는 막내 캐릭터에 반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있다. 감히 제가 봤을 때 ‘(그들이) 저만큼 했는데 최소한 이만큼의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는데…’라는 막연한 아쉬움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시점에 제가 막내라는 인물을 만났고 그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막내의 마음으로 연기 활동에 임하고 있다. 누군가 나를 해고 하더라도 나만은 나 스스로를 해고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제게 주어진 것들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고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가치관을 드러냈다.
오정세는 코믹한 얼굴을 감추고, 세 아이를 키우며 현실의 무게에 눌린 가장을 표현했다.
그는 막내의 비주얼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촬영할 당시 제가 갖고 있던 머리 스타일과, 정서, 톤이 막내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 오정세가 갖고 있던 부분을 많이 가져오려고 했다”고 구축한 과정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유다인은 감독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한다. “저와 감독님의 생각이 달랐던 게 있다. 만약 제가 그런 현장에 가게 됐다면 더 단정하고 깔끔하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거 같다고 말씀드렸다. 근데 감독님의 생각은 달랐다”며 “정은이 첫날부터 술 먹고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어쨌든 감독님의 의견을 따라서 망가진 부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태겸 감독은 정은의 외모, 의상에 집중하기보다 직장 문제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담는 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막내와 정은이 충돌하면서 막내는 해고가 두렵고, 정은은 죽음이 무섭다고 하는데 그 장면 안에서 두 사람의 위치가 똑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직업이 곧 생명이 되는 점이 있는데 이를 영화에 적용해보자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고 연출 의도를 강조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정규직 여부가 곧 삶, 인생으로 치환되는 노동 문제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담았다. 치열하게 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인물들의 얼굴을 담았다.
개봉은 1월 28일. 러닝타임 111분.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사 진진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