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겸 배우 장윤주가 스크린 데뷔작 '베테랑'부터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세자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20일 오전 화상 생중계를 통해 영화 '세자매' 주연 배우 장윤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세자매'(감독 이승원, 제작 영화사 업, 공동 제작 영화사 연두, 제공배급 리틀빅픽처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미연(문소리 분), 소심덩어리 희숙(김선영 분), 골칫덩어리 미옥(장윤주 분)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윤주는 극 중 날마다 술과 함께하며 365일 취해 있는 극작가 셋째 미옥을 맡았다.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남편과 의붓아들을 당황케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 때문인지 둘째 언니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며 걱정한다. 안 취한 척하며 잘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자꾸 실수를 반복하는 인물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톱모델 중 한 명인 장윤주는 노래, 예능, 연기까지 다재다능한 끼를 바탕으로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에서 미스봉으로 활약했고, 이후 6년 만에 '세자매'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6년 만에 두 번째 영화로 돌아온 장윤주는 "서울예대 영화과를 나왔는데, 막연히 단순하게 찍히는 사람이 아니라 '찍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영화과를 지원했다"며 "연기 외에도 연출에 관한 것들을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1년 재수해서 들어갔다. 신기하게 내가 모델을 데뷔했을 때가 18살이었는데 그때부터 영화 제안들이 있었다. 자주는 아니어도 2년에 한번이나, 신인 때는 더 자주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패션에 더 집중하고 있었고, 해외를 나가는 게 더 중요했다. 그래서 다 거절하는 시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 동기들은 '너는 왜 영화 안 하니?'라는 질문을 했다. 내 동기들이 다 잘 나간다. 배우로는 손예진, 정우, 한혜진 등이 있고, 감독들도 많다"며 "사실 '베테랑'도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배우 황정민과 유아인, 류승완 감독님이 좋아서 하게 됐다. '베테랑' 이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제안들이 들어왔는데,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바로 미스봉 캐릭터와 비슷한 연기를 이어가는 게 맞을까?' 싶더라. 연기에 대한 나의 진실된 마음,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하는 게 고민이었다. 내가 어린 나이도 아니고, 조심스러운 것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내 성격 자체가 에너지도 많지만, 섬세하고 꼼꼼한 부분도 있어서 내 스스로한테 인색할 수 있고, '정말 이게 맞나? 안 맞나?'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동안 거절했다. '베테랑'이 개봉할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도 출산했다. 그래서 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낳고 이런 저런 작품들이 들어왔는데, 복귀를 드라마나 영화로 하는 게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세자매'라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나 실제로 세자매의 막내인데?' 싶더라. 그렇게 시작됐다"며 영화에 출연한 이유를 말했다.
장윤주는 문소리, 김선영 등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이에 대해 "조명도 어둡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곳에서 두 분을 만났는데, 영화 이야기를 길게 나눴다"며 "나도 언니들이 조금 어렵긴 했지만, 언니들이 날 무서워했던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첫만남을 떠올리면서 "같이 연기를 할 땐 '무섭다'라는 생각보단 하기로 결정했으니까 잘 해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영화인으로 많은 경험이 있는 두 언니의 이야기를 잘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게 큰 힘이었다. 다시 신인이 되는 기분이었고, 촬영 기간에는 그런 소통들이 즐거웠다.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장윤주는 "문소리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디테일함과 넓은 시야, 그 안에서 연기할 때 디테일한 감정들은 잘 나열하고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김선영 선배님은 폭발적이었다. 매 테이크마다 연기가 달랐는데, 본능적이고 육감적으로 발산하는 사람이었다. 난 선영 언니같은 본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소리 언니의 꼼꼼함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적으로 배웠다"며 고마워했다.
본격적인 촬영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는 장윤주는 주연이자 제작자로 참여한 문소리에게 고민이 생길 때마다 질문을 던지면서 해결책을 찾아나갔다고 했다.
그는 "'어떤 부분에서 이런 행동을 해야하지? 미옥이가 왜 이렇게 됐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고민했다. 그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프로듀서인 문소리 선배님한테 다 물어봤다. '이거는 왜 그러냐? 이해할 수 없다,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등 신랄하게 이야기했다. 문소리 선배님이 잘 리드하고 말씀해주셨다.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는 것도 내가 먼저 제안했었다. 내 안에 이미 '세자매' 미옥이를 파고 있더라"며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보였다.
가족은 물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예의 없고, 무례한 미옥은 자칫 비호감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장윤주와 만나면서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됐다.
장윤주는 "초반에 이 캐릭터가 약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물어보기도 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팬티랑 늘어난 티셔츠만 입고 있는 설정이었는데, 내가 하게 되면 큰일날 것 같더라. 영화가 19금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해서 '옷도 뭘 입으면 좋을까?' 같이 연구하고 직접 쇼핑을 하러 다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테랑' 때도 모델로 보여지는 것보단 미스봉 캐릭터로 보여지기 위해서 내 의상을 찾으러 다녔는데, '세자매' 때도 똑같이 그랬다. 영화에서 계속 입고 다니는 노란 점퍼도 내가 샀다"며 남다른 열정을 언급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장윤주는 천만 영화 '베테랑' 류승완 감독과 현재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장윤주는 "류승완 감독은 나의 첫사랑"이라며 애정을 내비쳤고, "류승완 감독님과 '베테랑'을 제작한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님이 부부인데 감사하게도 나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주신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현장에도 커피차를 보내주시고, 명절 때마다 한번도 안 빠지고 선물을 계속 보내주신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죄송스러울 만큼 계속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또한 장윤주는 "모든 작품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자주 연락을 드리고 류승완 감독님의 차기작도 하지 않을까 싶다. 커밍순"이라고 덧붙여 기대감을 높였다.
더는 작품을 거절하지 않겠다는 장윤주는 "'세자매' 이후 작품들은 거절하지 않고 '배운다'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변화의 시작이고, 전환점이 됐다.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영화 '세자매'는 지난해 열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시네마 프로젝트 2020 선정작이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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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틀빅픽처스,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