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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의 신개념 침묵 예능 ‘아이콘택트’가 보라색에 빠져 사는 한 아내와 그 남편의 눈맞춤, 그리고 남편과 사별한 뒤 친정 어머니의 투박하지만 극진한 사랑을 깨달은 여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수요일 밤을 훈훈하게 했다.
20일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 첫 에피소드는 자칭 ‘보라공주’로 불리는 이날의 눈맞춤 신청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온 집안은 물론 안마의자, 마시는 차, 식물 잎사귀 색깔마저도 보라색인 ‘보라왕국’의 모습에 3MC 강호동 이상민 하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집안의 보라색 소품 중 많은 것들이 직접 시트지를 붙이거나 페인트칠을 해 자체 제작한 물건들이었다.
보라색에 빠져 사는 이유에 대해 신청자는 “어릴 때 독일에서 살았는데,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낯선 이국 땅에서 친구도 없었다”며 “어느 날 무지개가 떴는데, 다른 색들에 깔려 있는 보라색이 예뻐 보였다”고 밝혔다. 그녀는 “보라색을 보면 자신감을 얻었고, 그런 점이 성격이나 인생에 많은 위안이 됐다”며 무한한 ‘보라 사랑’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그녀는 ‘보라돌이’라는 애칭을 가진 남편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이유로 눈맞춤을 신청했다. 그는 항상 아내를 웃게 해 주려던 다정한 남편이었지만, 최근 매사에 지친 듯한 기색을 보여 ‘보라공주’를 속상하게 하고 있었다.
눈맞춤을 앞두고 대기실에 등장한 남편은 “집사람에게서 보라색의 비중이 20~30% 정도였다면, 지금은 100%”라며 “우리 집은 변기마저 보라색이다”라고 폭로했다. 또 그는 “운동용 자전거를 사고 싶었는데, 바구니 달린 여성용 보라색 자전거를 타라고 해서 그 문제로 내가 가출까지 했다”며 “보라색에 밀려서 남편인 나는 3, 4순위 정도”라고 한탄했다.
막상 아내는 남편이 무엇에 상처받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남편이 “내가 중요해? 보라색이 더 중요해?”라고 묻자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놓고, 그게 사실 싫었던 거야?”라며 당황했다. 그러자 남편은 “보라색이 싫은 게 아니라, 난 보라공주 옆의 ‘보라왕자’가 되길 원해”라며 자신을 좀더 존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남편은 눈맞춤방에서 나가 아내가 골라 준 보라색 옷을 벗고, 다른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남편의 모습에 아내는 “내 남편 같지 않아”라며 울 듯 속상해 했다.
남편은 “당신의 강요에, 내가 보라색보다 못하다고 느낀 적이 많은 것 같아”라고 서운한 마음을 고백했고, 이에 아내는 “그리 생각했다면 내가 많이 미안해. 당신이 제일 중요하지”라고 남편이 듣고 싶던 대답을 내놨다. 이후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나란히 왕자와 공주처럼 퇴장했고, 남편은 마음이 다 풀린 듯 “보라색으로 갈아 입을까?”라고 말해 MC들을 웃게 했다. MC 이상민은 “아내 옆의 ‘보라왕자’가 되고 싶다는 남편이 정말 좋아 보인다”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부부 사이가 완벽해지는 것”이라고 공감했다.
한편,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5년 전 남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아이 4명을 혼자 키워 온 한 여인이 등장했다. 그녀는 “그렇게 가버린 남편을 원망했다”며 “남편이 내가 결혼 안 해주면 죽겠다고 우리 집 앞에 서 있곤 했는데, 그걸 보고 ‘나를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구나’ 생각하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렇게 결혼한 남편은 심한 알콜 중독을 겪었고,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그녀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날 밤에도 술 문제로 한창 다퉜고, 남편은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했었다”며 “그런데 그 다음 날 남편이 그런 선택을 했다”고 기막힌 과거를 털어놨다. 이어 “사실 공교롭게도 남편의 기일이 바로 내 생일”이라며 “내가 조금만 참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죄책감이 든다”고 말해 MC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남편이 유서를 남기지 않아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까지 받아야 했던 사실이었다. 그녀는 “주변에서 네가 어떡했길래 남편이 그런 선택을 하느냐고 해서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며 “남편에 대한 일을 그래서 5년간 계속 숨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억울한 상황에 친정 어머니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딸의 편을 들었다. 그녀는 “사실 저는 성장 과정에서 저에게 쉬지 않고 폭언을 하셨던 엄마를 많이 원망하고, 제 불행은 다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남편 일을 겪고 나보다 더 우는 엄마를 보며 엄마의 사랑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날 그녀가 엄마에게 눈맞춤 신청을 한 이유는 “따뜻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서”였다.
마침내 눈맞춤방에 마주 앉은 딸과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속 얘기를 시작했다. 딸 쪽에서는 “옛날엔 엄마를 원망하면서 내가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도 엄마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엄마가 나랑 우리 애들을 걱정하는 걸 알았어”라고 말했다. 이에 어머니는 흐느끼며 “먹이고 입히면 부모로서 의무는 다 한 줄 알았어...네가 그렇게 상처받는 줄 몰랐어. 나도 내 엄마한테 배우고 들은 게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라고 사과했다.
진심을 나눈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고, 딸은 “이제라도 엄마 사랑을 알게 해 줘서 고마워. 엄마가 늙어도 내가 엄마를 끝까지 편히 모실게”라고 다짐했다. 또 어머니는 “앞으로도 나는 네 편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희생하고 힘껏 도우며 살게”라고 말했다. 눈맞춤을 마친 딸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퇴장하며 “손만 잡아도 오해가 다 풀리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작은 손으로 날 키웠구나...내가 사랑을 받았구나’ 생각하니 예전보다 훨씬 행복해졌어요”라며 활짝 웃어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20분 방송.
/nyc@osen.co.kr
[사진] '아이콘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