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오늘(28일) 극장 개봉한 가운데, 극찬의 이유를 증명하는 관람포인트를 공개했다.
#관람포인트 1. 유다인x오정세, 든든한 동료로 다시 만나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제공 홍시쥔, 제작 홍시쥔 아트윙, 배급투자 영화사 진진)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유다인 분)이 1년의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
여성에게 강요되는 화장도, 미소도 없이, 강단있게 자신의 자리를 찾는 정은의 태도와 묵묵히 정은을 응원하는 막내(오정세 분)의 우정에서 오는 케미스트리로 완성됐다.
정은을 맡아 내면의 강인함을 보여준 유다인은 2005년 드라마 ‘건빵 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17년차 배우다.
이태겸 감독은 “정은은 클라이맥스 직전까지 감정을 속으로 쌓아두는 캐릭터인 만큼 내면 연기가 중요했는데 유다인의 연기는 마치 말론 브란도를 연상시켰다”고 극찬했다.
유다인은 해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긍지가 섞인 얼굴로 ‘내일을 위한 시간’의 마리옹 꼬띠아르를 연상시키며 새해를 버틸 에너지를 전한다.
한편 오정세는 막내 역을 맡아 ‘아홉수 소년’에서 어른의 로맨스를 보여주었던 유다인과 재회하며 서로에게 온기를 주는 특별한 우정을 보여줬다. 내 자리를 위협하는 불청객인 정은이지만 말없이 안주를 건네고,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막내는 오직 복귀만 바라보던 정은의 시야를 확장하고 인간으로서 지켜야만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감독은 “오정세가 선한 사람이 모두 잘 살지 못 하는 사회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막내의 캐릭터와 잘 맞은 것 같다”며 “내면의 선과 냉혹한 현실의 사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인물의 묘함이 섬세하게 표현됐다”고 감탄을 전했다. 내공있는 두 배우 유다인과 오정세의 특별한 만남은 관객들에게 서늘한 세상 속 사람이 줄 수 있는 온기를 전하며 명연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관람포인트 2. ’한국의 켄 로치’ 탄생
이태겸 감독은 영화 제작이 무산되어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사무직 중년 여성이 지방 현장직으로 부당 파견 되었는데 그곳에서 굉장한 치욕을 겪었음에도 결국 버텨냈다’는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감독으로서 영화 제작이 무산된 일은 곧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어버린 일이자 생존과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과도 같다.
이태겸 감독은 “기사 속 중년 여성에게서 세상이 나를 밀어낼지라도 스스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며 “여기에서 나아가 개인들이 서로를 지키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위기로 ‘나의 자리’가 흔들리는 2021년 새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진솔한 희망을 전한다.
#관람포인트 3. 전류를 청각화한 음악과 고소공포증을 시각화한 촬영
이태겸 감독은 송전탑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철탑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탑은 물질적인 특성상 인간이 견디기 힘든 환경인데 송전탑 노동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을 오르는, 환경을 극복하는 사람인 것”이다. 한편 스위치만 누르면 전기가 들어오는 삶을 사는 현대인의 당연한 편리 뒤에 특수노동자의 목숨을 건 일과가 있다는 것 또한 노동에서 오는 편리는 취하되 노동자의 고통은 타인의 고통으로 치부하는 현대인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이렇듯 두 가지 측면의 상징성을 담으며 감독은 송전탑 노동자와 송전탑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연출했다. 송전탑이 단순한 소재가 아닌 영화의 핵심으로 등장했던 만큼 감독은 촬영과 음악으로 거대한 송전탑에 압도된 인간의 공포와 전류가 흐르는 듯한 탑을 시청각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정은이 송전탑을 처음 마주했을 때 시점샷은 마치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을 연상시키는 흔들리는 앵글로 날카로운 철골을 담아 정은의 공포에 관객을 이입시킨다.
한편 영화 전반에 깔리는 일렉트로니컬한 음악은 국악과 재즈를 전공한 음악그룹 탱글의 음악으로 송전탑에 흐르는 전류와 그 가까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주 겪는 이명을 은유했다. 이처럼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익숙한 송전탑을 낯설게 감각하며 서사와 연출 모든 면에서 탑을 오르는 듯한 체험을 선사하는 영화로 다가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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