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도 개명, 한화 킹엄→킹험…제2의 해커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1.29 14: 02

야구계에는 ‘개명 효과’를 본 선수들이 많다. 개명 후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한 손아섭(롯데, 개명 전 손광민)을 필두로 배정대(KT, 개명 전 배병옥) 진해수(LG, 개명 전 진민호), 장시환(한화, 개명 전 장효훈) 등이 개명하고 빛을 봤다. 
이름을 바꾸고 성공한 선수들이 나오면서 KBO리그에는 개명 바람이 불었다. 2017년 13명, 2018년 8명, 2019년 9명, 2020년 12명의 선수들이 이름을 바꿨다. 이제 그 영향이 외국인 선수에게도 미치는 분위기다. 
지난해 SK에 몸담았던 외국인 투수 닉 킹엄(30)을 영입한 한화는 새 시즌 등록명을 ‘킹험’으로 변경했다. 새로운 마음가짐과 각오로 시즌을 치르겠다는 선수 본인의 의지에 구단이 현지 발음에 가까운 ‘킹험’으로 등록명 변경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킹험은 “좋은 활약을 위해선 어떠한 것이라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진] 닉 킹험(오른쪽) SNS

‘킹엄’으로 한국에 땅을 처음 밟은 지난해는 불운 그 자체. SK의 새로운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6.75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팀을 떠났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다. 
재활 기간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던 한화의 관심을 받은 킹험은 불펜피칭으로 구위 회복 가능성을 증명했다. 부상으로 2경기 만에 방출된 외국인 선수가 다른 팀에서 재취업한 보기 드문 케이스로 다시 기회를 얻었다. 등번호도 지난해 SK에서 쓰던 15번 대신 20번으로 바꿨다. 팀을 옮겨 등록명과 등번호까지 다 바꿔 명예회복에 나선다. 
[사진] 에릭 해커 /OSEN DB
외국인 선수가 등록명을 바꾼 케이스로는 NC에서 활약한 투수 에릭 해커가 있다. 해커는 2013년 NC 유니폼을 입고 데뷔할 때 성 대신 이름 ‘에릭’을 등록명으로 썼다. 당시 창단 첫 해였던 NC는 외국인 투수 3인방 아담 윌크, 찰리 쉬렉, 해커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ACE’ 트리오로 홍보했다. 3명의 선수 모두 성 대신 이름을 등록명이 됐다. 
‘에릭’은 불운의 투수였다. 2013년 178⅓이닝 평균자책점 3.63에도 4승11패에 머물렀다. 2014년에도 172⅔이닝 평균자책점 4.01로 역투했으나 8승8패로 두 자릿수 승수에 실패했다. 2년간 규정이닝 투수 19명 중 평균자책점 8위였지만 승수는 꼴찌였다. 
그러자 에릭은 2015년부터 ‘해커’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선수 본인이 요청했다. 이쯤부터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기 시작하며 강한 이미지로 바뀌었고, 2015년 단숨에 20승 투수로 도약하며 다승왕과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2017년까지 NC에서 에이스로 롱런했고, 2018년 넥센(현 키움) 대체 선수로도 활약했다. 해커로 등록명 변경 후 4년간 49승18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며 에릭 시절 2년간 12승19패 평균자책점 3.82의 성적을 능가했다. 불운을 떨쳐내면서 승운이 따라왔다. 
지난해 두산에서 뛴 투수 크리스 플렉센도 최초 ‘프렉센’이었지만 실제 발음에 가까운 ‘플렉센’으로 등록명을 바꿔 최종 등록했다. 21경기 8승4패 평균자책점 3.01로 활약한 플렉센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총액 475만 달러에 계약해 빅리그에 복귀했다. 자음 하나 바뀐 게 전부이지만 한화도 킹험이 등록명 변경 효과를 보길 바라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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