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은 역시 옥주현이었다. 엄청난 기술 발전을 등에 업은 자신의 모창 AI를 가뿐히 이겼다.
29일 오후 첫 방송된 SBS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 첫 번째 인간과 AI의 대결은 모창이었다. 핑클 출신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첫 주자로 나서 기대감을 한몸에 모았다.
모창 AI 개발자 최희두 씨는 “어떤 가수의 어떤 목소리도 완벽하게 따라할 수 있다. 호흡과 바이브레이션까지도 스스로 만들어서 한다. AI가 특정 가수를 따라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어떤 가수의 목소리든 기본 데이터만 입력하면 모창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옥주현도 넘치는 확신을 뽐냈다. “가수는 노래를 디자인한다. 노래의 맛을 내기 위해 세밀하게 조절한다. 그걸 기계가 하진 못할 것 같다. 너무 안 비슷하면 재미없으니까 잘 따라와줬으면 좋겠다”고 여유를 부릴 정도.
그런데 옥주현의 모창 AI가 부른 윤도현의 ‘흰수염고래’가 맛보기로 공개됐고 스튜디오는 술렁거렸다. 옥주현이 공식석상에서 한 번도 불러 본 적이 없는 곡인데 모창 AI가 스스로 옥주현의 창법과 감정을 학습해 똑같이 따라한 것.
불안한 분위기 속 역사적인 첫 대결이 시작됐다. 옥주현과 모창 AI의 대결곡은 박효신의 ‘야생화’. 둘의 대결에 모두가 숨죽이며 경청했다. 무대가 끝난 후 의견은 분분했고 특히 성유리는 어렵다며 이효리와 이진에게 전화 찬스를 쓰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투표 결과 총 53표 중 1번이 45표를 획득해 이겼다. 1번의 주인공은 옥주현. 그는 "안에서 노래 부를 땐 조마조마했다. 듣고 있을 때 AI가 옥주현 같았는데 발음의 디테일과 감정 표현을 기계가 못하더라”고 꼬집었다.
개발자 최희두 씨는 “창법과 감성 표현이 디테일하니까. 저희가 그걸 표현하기엔 한계를 느꼈다. 옥주현의 노래를 듣고 아 인간이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구나, 저희가 가야 할 길이 멀구나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그는 복제 기술에 따른 범죄 우려에 관해 “이 기술이 안 좋은 쪽으로 쓰일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특정인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게 아니라 고인의 목소리를 부활하는 데에 쓰도록 하겠다. 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AI를 만들어서 오용하고 남용되는 것도 막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대결을 기념하며 옥주현은 김광석 AI와 '편지' 듀엣 무대를 완성해 다시 한번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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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