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대호는 29일 롯데와 2년 26억 원(계약금 8억 원, 연봉 8억 원, 우승 인센티브 매년 1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대호는 이번 계약이 마지막임을 밝히며 2년 후 은퇴를 예고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 과정이었다. 다만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와 아름다운 끝맺음을 원했던 모그룹 차원의 결단이 스프링캠프 시작 전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우승 인센티브 조항까지 넣으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대호는 구단을 통해서 “ 이번 계약을 통해 17년 동안 ‘롯데맨’으로 활약하게 됐는데, 그동안 구단이 신경을 정말 많이 써줬다. 좋은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게 돼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면서 “계약을 논의하면서 계약 규모를 두고 이견은 없었다. 만남 자체가 늦었고 은퇴 시기를 조율하느라 소식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팀의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 후배들을 위해 내가 가진 노하우를 모두 전해주고 싶다. 감독님, 단장님을 도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대호가 구단을 상징하는 타자라는 것은 이견이 없다. 그동안의 기록들이 말해주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불혹의 나이에도 1군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타자라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는 이대호를 어떻게, 어느 위치에서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지난해 허문회 감독 체제 하에서 이대호는 거의 전경기를 4번 타자로 출장했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이름값과 상징성을 지우기 힘들었지만 이대호의 존재감을 채울 수 있는 타자도 없었다. 해결사의 위치였다. 하지만 20홈런 110타점이라는 클래식 기록과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2.69와 wRC+(조정득점생산력) 93.8이라는 세이버 매트릭스 상의 기록이 주는 괴리가 있었다(스포츠투아이 기준). 이대호라는 이름을 지우고 바라봐도 논란이 생길 법한 기록이다.
롯데도 본격적인’포스트 이대호’의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 2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생겼다. 이 기간 현장에서의 활용 방안, 구단의 준비 과정 모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2년의 시간을 허송세월하지 않을 수 있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상, 이대호의 마음가짐도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4번 타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했다. 후배들을 위해, 팀을 위해 한 걸음 떨어져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이대호와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 됐다.
전준우, 손아섭, 한동희 등 이대호의 생산력을 채울 수 있을만한 선수들이 분발해주고 나승엽을 비롯한 신인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세대교체 과정은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선수들의 활용폭을 넓혀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현장의 일이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해 이대호의 4번 타자 역할론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이대호가 하위 타선에서, 그리고 벤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을 수 있다. 이대호가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면서 음지에서 선수단을 서포트해준다면 다른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타선도 윤활유가 생길 수 있다.
만약 이대호가 이전처럼 4번 타자 자리를 맡게된다면 롯데와 이대호 모두에게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닐 것 이다. 그만큼 세대교체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대호가 나서야 할 지명타자와 1루수 자리로 인해 팀의 로스터 활용도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현역 생활의 마지막 2년, 이대호는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