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FA 거물투수 양현종(33)이 협상을 종료하자 KIA 타이거즈가 허탈감에 빠졌다.
양현종은 데드라인으로 삼았던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구단사무실에서 조계현 단장과 면담을 갖고 "메이저리그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최종 의사를 전달했다.
KIA를 떠나겠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동경해온 메이저리그 무대를 반드시 밟겠다는 배수진이었다.
이날은 양현종이 정한 두 번째 데드라인이었다. 지난 20일에서 열흘 연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오퍼가 들어오지 않자 포기하지 않았다. 2월에도 계속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양현종의 잔류를 상정하고 공을 들여온 KIA로서는 아쉬운 결과가 되었다. 의지와 꿈을 존중하겠다며 수용했지만 커다란 전력 유출이다.
조계현 단장이 이끌어온 협상팀은 양현종에게 에이스의 예우를 다했다. 양현종이 두 번에 걸쳐 데드라인까지 기다려달라고 요청하자 두말없이 수용했다.
아울러 에이스의 자존심에 문제되지 않도록 시기적절하게 1차 협상을 벌여 탐색전을 가졌다. 지난 19일에는 2차 협상에서 구체적인 조건도 제시하며 잔류를 설득했다. 최고 수준의 대우였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행을 존중하면서도 전력 손실을 막아야 했다. 양현종은 7년 연속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지난 4년 동안 60승을 따낸 에이스였다. 올해도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절실하다.
메이저리그 상황이 여의치 못하자 은근히 잔류를 선언하기를 기대했다. 2월 1일 시작하는 스프링캠프에 완전체로 시작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양현종이 면담자리에서 "죄송하다"며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한마디에 고개를 떨구었다.
조계현 단장은 같은 야구선수 출신으로 양현종의 마음을 잘 알기에 붙잡을 수도 없었다. 구단의 공식보도자료가 나온 이후 조 단장은 외부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이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 진출에 대한 양현종 선수의 꿈과 의지를 존중하며, 그 동안 타이거즈에 헌신한 양현종 선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양현종 선수가 미국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