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펜트하우스’는 시즌제 드라마다. 최근 막을 내린 시즌 1의 마지막 회는 순간 최고 시청률 31.1%를 돌파했다. 요즘 애국가 시청률은 1%대 이하, 성공한 드라마의 시청률 기준은 10%정도다. 모바일, 케이블, 스트리밍 등 다양한 방송 플랫폼과 기기의 등장으로 지상파 TV의 본방 시청률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펜트하우스'는 신화를 창조했다. 막장의 극치를 선보이긴 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모처럼 보는 재미와 뒷담화 보너스까지 챙겼다.
"'팬트하우스'는 상위 1%만 입주할 수 있는 헤라팰리스와 명문 예술고등학교 청아예고를 배경으로 기득권의 만행, 가진 자들의 그릇된 욕망과 허영, 민낯을 꼬집으며 각별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자평을 했다. 신문 사회면 범죄 기사에서도 보기 힘든 순도 99% 막장극을 펼친 이유는 한 마디로 대중에게 '교훈'을 주기 위했던 모양이다. 뭐 코에 걸면 코거리이고 귀에 걸면 귀거리다. 적어도 '펜트하우스'는 '막장극 대모' 소리를 듣는 임성한의 드라마처럼 멀쩡한 사람 눈에서 레이저를 쏘지는 않았으니까.
김순옥 작가는 자료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책임과 정의, 양심은 뒤로 한 채 상층만을 바라보며 위로 올라가고자 애쓰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는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지당한 말씀이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는 이보다 더한 '짓'들이 숱하게 벌어진다.
차라리 제작진 종영 소감은 진솔해서 마음에 더 가깝게 와닿는다. “지치고 힘든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모든 배우, 스태프, 제작진이 열정을 불태웠다. 시청자분들의 뜨거운 호응 덕분에 오히려 저희가 더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거창하게 떠들 것없이 바로 이거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세상살이가 빡빡한 시절, SF 공상판타지 대작을 가성비 좋게 찍었으니 부담없이 즐기시라는 얘기 아닌가? 평생 펜트하우스 근처도 못가볼 우리네 서민들은 순도 99% 막장극에 중독됐고 시청률로 보답했다.
'펜트하우스' 출연진들은 감사의 뜻인지, 시즌 2 첫 방송까지 긴 기다림이 지루하지않게 갖가지 논란과 화제, 소송 등으로 또다른 현실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시즌 1의 대기록 흥분이 가라앉기는 커녕 시즌 2를 앞두고 분위기는 가열차게 상승중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시즌 2의 막장 수위다. 시즌제의 본산이나 다름없는 미국 드라마의 상당수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스토리는 산으로, 연출은 바다로, 전개는 강물에 풍덩 빠지면서 드라마 이미지를 구정물에 빠뜨리곤 했다. '펜트하우스'도 자칫 '뭔가 더 보여줘야 된다'는 속편의 암시에 걸려 시즌 1보다 더한 막장 요소를 삽입했다가 되레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작가와 제작 및 출연진 모두가 조심해야될 대목이다. /mcgwire@osen.co.kr
[사진] '펜트하우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