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0월 뉴욕 양키스 투수 CC 사바시아(41)는 돌연 포스트시즌 참가를 포기했다. 그해 6승10패 평균자책점 4.73으로 양키스 선발진 한 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알콜 중독 치료를 위해 재활원에 입원하면서 가을야구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미국 ‘ESPN’은 최근 제작된 다큐멘터리 ‘자몽 나무 아래’의 주인공인 사바시아 이야기를 다루며 알콜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해 10월6일 재활활에 들어간 사바시아는 한 달 뒤 퇴소했고, 지금까지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5년이 넘도록 금주를 이어가고 있다.
14~15살 때 처음 술을 마셨다는 사바시아는 오랜 기간 알콜 중독에 시달렸다. 가을야구를 앞둔 중요한 시점이었지만 알콜 중독에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주변에선 가을야구까지 마치고 재활원 입소하길 바랐지만 사바시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공개적으로 알콜 중독자임을 밝혔다.
치료를 마치고 2016년 돌아온 사바시아는 2019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선발로 꾸준히 제 몫을 하며 19시즌 통산 3577⅓이닝 251승161패 평균자책점 3.74 탈삼진 3093개의 성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통산 250승, 3000탈삼진, 사이영상, 포스트시즌 MVP를 모두 차지한 역대 3명의 투수 중 하나로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하다.
은퇴 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바시아는 여전히 술을 멀리 한다. “5일 동안 술 한 잔 없이 지낼 줄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지만 5년 넘게 금주 중이다. 현역 시절 과체중으로 무릎 부상과 심장 혈관 수술로 고생했지만 지금은 체중도 30파운드(약 14kg) 감량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사바시아가 어두웠던 과거를 다큐멘터리에서 밝힌 건 지금도 알콜 중독에 시달리는 누군가를 위해서였다. 그는 “알콜 중독에 빠졌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움을 청한 뒤 5년간 나의 삶은 정말 좋아졌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사바시아는 “알콜 중독과 재활원에 간 것에 대해 그동안 말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당시 아이들은 어렸고, 무슨 일인지 이해 못했다”며 자녀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라고도 덧붙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