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석 교수가 페스트의 기원을 소개하며 코로나19 시대 속 희망을 전달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장항석 교수의 페스트 이야기가 그려졌다.
앞서 설민석이 논문 표절 논란으로 하차한 뒤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던 '벌거벗은 세계사'는 5주 만인 이날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여행을 준비한다"며 방송을 재개했다.
이날 강연자로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항석 교수가 참여해 과거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역사 최악의 질병 중 하나인 페스트의 기원부터 급속도로 퍼져나간 과정 등을 설명했다.
장항석 교수는 페스트에 대해 "인류 역사 최악의 질병으로 걸리기만 해도 5시간이면 사람이 죽는다는 질병,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질병을 말한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다"고 밝혔다.
페스트는 1347년 10월 지중해의 중심지인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시체로 가득한 한 척의 배가 항구에 들어오며 2~3년만에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됐다. 이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하루에 1.6km를 이동한 것이라고.
페스트를 처음 유럽으로 옮긴 이들은 전략전 요충지인 카파를 침략했던 몽골군. 카파성이 몽골군의 공격에도 3년을 버텼고, 몽골군 역시 지쳐갔다. 설상가상으로 몽골군 내부에 페스트 균이 돌기 시작했고, 퇴각 결정을 한 몽골군은 카파성 안으로 페스트로 사망한 시체를 투석기로 투척했던 것. 카파성 안에 페스트가 전염된 후 사람들이 배를 타고 도망쳐 유럽으로 확산됐다.
페스트는 지금의 코로나19와도 닮아있었다. 장 교수는 "페스트로 발열성 질환으로, 페스트 균이 혈액 응고 장애를 일으킨다. 피가 안 통해서 신체 말단부부터 시커멓게 괴사해 떨어져 나가 죽는 것"이라며 "페스트는 쥐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쥐벼룩에 감염이 된다 쥐벼룩이 쥐를 물고 쥐가 돌아다니다가 쥐벼룩을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다. 이후 사람과 사람 간의 감염으로 급속하게 퍼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비말로 전염됐다는 설명에 패널들은 "코로나19와 똑같다"고 덧붙였다. 당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자 체코의 한 성당은 페스트로 죽은 사람들의 해골로 내부를 장식하기도 했다고. 장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뉴욕에서는 무연고 시신을 묻던 섬에다가 집단으로 시체를 매장하고 있고, 유럽 역시 사망자가 폭증해 제대로 된 장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시 급속도로 페스트가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된 이유는 기근과 나쁜 위생 환경. 장 교수는 "당시 유럽의 환경이 페스트가 퍼지기에 딱 적합했다. 그 시기가 가장 전세계적으로 추웠던 시기다. 기근과 흉작이 반복되며 사람들이 면역력이 약해졌다. 빨리 감염되고 쉽게 죽은 것이다. 중세 시대의 최악의 위생 환경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믿을 수 있는 것은 신앙 뿐이라는 생각과 페스트가 신의 형벌이라고 여겨 회개하러 교회로 갔고, 대규모 집회를 하면서 더 빨리 감염이 됐다고. 또한 이들은 참회의 행동으로 사람들이 몸에 채찍질을 하면서 고행을 하기 시작했고, 하루 두 번씩 33일 동안 피가 나도록 자해 행동을 하며 돌아 다녀 슈퍼 전파자가 됐다.
여러 노력들에도 페스트는 몇 백년 동안 계속 반복되었고, 페스트 유행이 100차례나 되었다고. 당시 유럽사회에서도 페스트를 봄이 오면 찾아오는 질병으로 여겨 그 시기에 극장을 폐쇄하고 자가격리를 하는 등 지금과 비슷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고.
이혜성은 셰익스피어의 명작도 당시 격리 기간 동안에 쓰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우리도 코로나19를 잘 이겨낸다면 화려한 세상을 맞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후 페스트는 17세기가 되어서야 종식이 됐다. 페스트 종식에는 환경이 좋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죽어 오히려 물자가 풍부해지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게 답답하고 페스트, 스페인 독감 등 이전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실체를 알고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인류는 그만큼 강해졌다. 보통 10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을 1년 내에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인류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감히 말해본다"고 전했다. /mk324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