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선택? 한화 킹험·카펜터 영입의 숨은 이유 '196cm'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2.01 06: 04

“대전구장 마운드 높이가 낮아 보인다.”
한화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인식돼 있다. 지난 2013년 펜스 거리를 좌우 100m, 중앙 121m, 펜스 높이를 중앙 4m로 높인 뒤 잠실구장 다음으로 큰 구장이 됐다. 야간 경기 때는 외야에서 맞바람이 불어와 홈런성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오히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라고 주장한다. 한 선수는 “마운드 높이가 낮게 보여 타자 입장에서 치기 좋다. 타점 높은 투수들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마운드 높이는 정상 규격이지만 그라운드가 홈플레이트에서 외야로 비스듬히 올라가 있는 구조라 투수의 팔이 조금만 내려가도 타자에게 직선으로 공이 잘 보인다. 

[사진] 킹험-카펜터 /OSEN DB,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과 관계자도 “오래 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마운드 높이를 조정하려고 했지만 표준 규격을 바꿀 순 없었다”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섰을 때 시각적으로 평지 같은 느낌이 있다. 타자가 타석에서 투수를 바라볼 때 편한 부분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일수록 투수들의 팔 각도가 중요해졌다. 투구 각이 높아져야 구장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다.
한화가 올 시즌 새 외국인 투수로 닉 킹험(30)과 라이언 카펜터(31)를 영입한 숨은 이유이기도 하다. 킹험은 지난해 SK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 만에 방출됐고, 카펜터는 대만프로야구에서 4점대(4.00) 평균자책점으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11월 이른 시점에 두 선수 영입을 완료해 한화의 선택은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킹험과 카펜터는 나란히 196cm 장신이다. 웬만한 농구 선수 못지않은 큰 키로 ‘트윈타워’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킹험의 팔꿈치 수술 후 구위 회복과 반등 가능성, 대만에서 풀시즌을 던지며 실전 감각을 유지한 카펜터의 적응력이 영입 이유이지만 큰 키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한화 관계자는 “외국인 투수 영입에 있어 신체 조건도 중요하게 봤다. 190cm 이상 선수들을 뽑으려고 했다. 아무래도 키가 크고, 던지는 각이 높으면 (구장 핸디캡 극복에) 유리하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팔 높이가 낮아지면서 피안타율이 높아진 에이스 워윅 서폴드의 사례도 참고했다. 서폴드의 키는 188cm. 
한 시즌의 절반은 홈에서 해야 한다. 외국인 투수라면 나란히 15경기씩, 총 30경기가 기준이다. 시즌 전체 일정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큰 키가 좋은 투수임을 보증하진 않지만 한화로선 환경적 불리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킹험과 카펜터가 대전 마운드에서 트윈타워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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