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우승 옵션의 잔잔한 파장, 잠재된 목표 의식 깨우다 [오!쎈 부산캠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2.02 09: 08

“(이)대호 형 우승 옵션 타게 우리가 열심히 해야죠.”
선수단의 공기를 바꾸고 선수들 사이에 잠재되어 있던 막연한 목표 의식을 깨웠다. 롯데 자이언츠 최고참 이대호(39)가 FA 계약을 하면서 내건 우승 옵션이 만든 잔잔한 파장이다. 
올 겨울, 롯데 팬들을 비롯해 롯데 선수들까지도 관심을 가졌던 이대호의 계약 여부다. 이대호는 기나 긴 줄다리기 끝에 롯데와 계약 기간 2년 총액 최대 26억 원(계약금 8억 원, 연봉 8억 원, 우승 옵션 매년 1억)에 잔류 계약을 체결했다. 이대호는 2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하고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관심을 끌었던 계약 내용은 단연 매년 1억 씩 설정된 우승 옵션이었다. 이대호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백의종군’ 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선수생활 중 남은 목표는 롯데 우승 단 하나다. 꼭 2년 안에 우승하고 싶다”는 이대호의 마지막 간절한 소망을 우승 옵션으로 드러냈다. 물론 이 우승 옵션을 수령할 경우 이대호는 기부를 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대호는 이미 2014~2015년, 2년 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우승 반지를 껴봤고 샴페인을 터뜨려봤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롯데를 떠올렸다고. 그는 “일본에서 우승 분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팀인 롯에서 한국어로 인터뷰하고 같이 어울리는 모습이 상상됐다. 너무 기쁘고 행복했지만 가슴 한 켠에는 우승 분위기를 롯데 선후배들과 느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우승 옵션은 롯데 선수단의 공기를 바꾸고 있다. 1992년 이후 29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은 롯데와 거리가 먼 단어였다. ‘이대호와 함께’, ‘대호 형과 함께’ 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고 있다. 언젠가부터 멀어졌고 가슴 한 켠에 숨어있던 우승이라는 단어를 다시 끄집어냈다. 이대호의 우승 옵션 설정은 열망과 목표 의식을 깨우는 확실한 수단이었다.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목표나 꿈이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그런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있는 것이 좋다”며 이대호의 우승 옵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대호와 오랜시간 함께했고 올 시즌 주장으로 선임된 전준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이)대호 형이 우승 옵션을 타게 우리가 잘해야한다”고 웃은 뒤 “어느 순간부터 우리 팀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은 것 같다. 대호 형이 우승 옵션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우리도 목표가 생겼고, 이제는 우승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이 분발하고 잘해야 한다. 우승을 생각하다보면 근처에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우승 옵션이 만든 파장, 2021시즌 롯데가 각성하는 계기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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