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차이를 극복하고 중국여자 야오린(천두링 분)과 결혼을 앞둔 여행사 대표 용찬(이동휘 분)은 하루 아침에 결혼 자금을 잃고 망연자실한다. 이 사실을 누나 용미(염혜란 분)는 물론 예비 아내에게 말할 수 없었던 그는 혼자 속앓이 하며 어떻게 해서든 예식을 미루려고 한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편 믿었던 남자친구에게 차여 외딴 섬에 놓인 듯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 비정규직 진아(이연희 분)는 무작정 한국에서 가장 먼 나라로 떠나기로 한다. 계획에 없던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그녀는 한국 출신의 와인배달원 재헌(유연석 분)의 도움을 받아 현지인만 아는 명소를 여행하며 힐링하는 기쁨을 누리는데…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수필름)는 네 커플, 아홉 명의 설렘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코미디.
“결혼을 왜 하냐”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혼 4년차 형사 지호(김강우 분)는 재활트레이너 효영(유인나 분)을 알게 되고 다시 가슴 뛰는 감정을 느끼지만 애써 부정한다. 이제는 혼술, 혼밥이 더 익숙하기 때문. 모든 게 완벽하게 보이는 효영은 실제로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것처럼 행동한다. 지호는 그런 그녀의 신변을 보호하며 점차 사랑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사랑 앞에서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은 커플도 있다.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유태오 분)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경기로 보여주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꾸 이중잣대를 들이댄다. 여자친구 오월(수영 분)과 전보다 더 깊은 애정을 나누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프다. 래환 오월 커플은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을 따끔하게 꼬집는다.
‘새해전야’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결혼전야’(2013) ‘가족시네마’(2012) 등 섬세한 시선으로 사랑과 우정에 대해 다뤄온 홍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만의 색채를 유지하며 연인 및 친구, 가족간의 사랑을 따뜻한 마음으로 그려냈다.
해외여행, 각종 모임이 어려운 코로나19 시대에 붙어앉은 기내석, 외국사람, 사람 많은 명동의 거리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며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다만 네 커플이 이야기가 동시에, 깊지 않게 전개되기 때문에 좀 더 마음이 가는 커플의 이야기를 심오하게 만나볼 수는 없다.
세상에는 무수한 종류의 어른들이 있고,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유지하며 서로 사랑하고 어울리며 살아간다. ‘새해전야’는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는 어른 9명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나에게 힘이 되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 것이라고.
이달 10일 설 연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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