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강우(44)가 여러 편의 드라마를 통해 정의로운 인물을 자주 맡아서 그런지 비교적 강인하고 무뚝뚝하게 보일 때가 많다. 작품 속 매서운 눈빛을 바라보며 문득 실제 성격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단한 기운이 김강우에게서 느껴지긴 하나, 인터뷰를 통해 몇 번 만나본 그는 가벼운 농담도 자주 던지는 밝고 유쾌한 에너지가 많다.
사극, 로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면 그 규모의 작품에 맞게 또 잘 어우러진다. 새 영화 ‘새해전야’(2021)에서는 이혼남 캐릭터에 전작과 다른 명확한 대비를 주면서도, 자신이 가진 밝은 에너지를 담아내 긍정적인 형사 지호 캐릭터를 완성했다.
김강우는 2일 오후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따뜻하고 즐거워서 보시는 관객분들도 힘이 날 거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강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수필름)는 4커플, 9명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코미디. 강력계 형사 지호를 연기한 김강우는 “사실 저는 밝은 캐릭터가 연기하기 편하다. 힘을 주지 않아도 돼서”라며 “물론 무거운 캐릭터도 그 나름대로 좋지만, (로코에서는) 편안하게 연기하면서도 현장 자체가 즐겁다. 유쾌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훨씬 좋다”라고 비교했다.
지호 캐릭터와 닮은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지질함?(웃음) 농담이고 제가 지호처럼 지저분하지는 않다. 저는 깔끔한 성격이고, 결혼 전에는 지금보다 더 깔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조금 내려놓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김강우는 “제가 매일 매일 캐릭터가 다르다.(웃음) 때로는 같은 날 아침과 저녁 때 다르기도 하고. 하하하. 아이들도 아빠가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르는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드라마에서 정의로운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로코를 좋아한다. 연기할 때도 너무 즐겁고. 이전에 ‘결혼전야’도 했었지만 앞으로 ‘OO전야’ 시리즈를 쭉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웃음).”
김강우는 홍지영 감독의 ‘결혼전야’(2013)에서 전직 야구선수 태규를, 홍 감독의 신작 ‘새해전야’(2021)에서 형사 지호를 맡았다. ‘전야’ 시리즈로 불리지만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맡은 것. “사실 로코물에서 신선함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나와 비슷한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의 재미를 찾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강우는 그러면서 “‘결혼전야’를 과거에 보신 분도 있을 테고 ‘새해전야’로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두 영화에 너무 많은 연관성을 두면 안 될 거 같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아니다(웃음). ‘결혼전야’ 할 때 저는 30대였고, ‘새해전야'를 할 때는 40대가 됐다. 그땐 어리숙한 인물을 연기했다면 이제는 세월이 지나서 인생을 살아본 인물이다. 만약에 ‘결혼전야’를 보신 분들이 있다면, 김강우의 과거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감독님은 시리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셨다.” 홍지영 감독이 두 작품에 ‘전야’라는 제목을 붙이긴 했지만, 두 작품 사이에 관계성, 지속성은 없다.
김강우는 이어 “감독님이 어제(1일) 새로운 전야 시리즈에 또 출연을 제안하셨다. 시사회에서 ‘할 거지?’라고 묻더라. 저와 마음이 잘 맞는 감독님이기 때문에 제안을 하시면 또 하게 될 거 같다. (3번째 전야를) 시작하면 그 나름대로 다른 재미가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새해전야’는 당초 지난해 12월 30일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일정을 연기해 올 2월 10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에 김강우는 “코로나로 개봉을 연기했지만, 아직 설날이 남았다. 새해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이라며 “새해에 ‘새해전야’를 만나볼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어 “보통 연말연시에 가까운 사람들, 친척들과 모여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북적이는데 작년엔 코로나로 인해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대리만족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당부했다.
김강우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일상 스케줄이 크게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운동을 안 하면 몸이 아픈 스타일이었다. 작년엔 헬스장도 갈 수 없으니 평년처럼 할 수 없더라. 근데 헬스장을 오래 못 가다 보니 또 그것에 익숙해지더라. 그래서 운동에만 매진하기보다 다른 일을 찾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체력적으로 충전을 못하면 지적으로 충전하자는 의미에서 책을 많이 읽었다. 저도 그렇고 아이들도 책을 많이 읽게 하자는 게 목표였다”고 전했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김강우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지만 스스로 돌아봤을 때 아쉬움은 있다고. “한때 스릴러 장르물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주로 해왔지만 멜로, 로코물을 많이 하고 싶다. 제게 (코믹한 장르가) 주어지지 않아서 ‘결혼전야’ ‘새해저야’가 되게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40대에 멜로를 하고 싶은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 있다. 어릴 때 더 열심히 (멜로를) 할 걸 그랬다. 멜로 영화는 언제든지 하고 싶다. 절절한 멜로도 하고 싶고, 미스터리 멜로도 하고 싶다. 다 하고 싶다.(웃음)”고 털어놨다.
‘아내가 반대할 거 같다’고 하자, “반대하진 않는다. 직업의 특수성은 이해를 해주는 분이다. (웃음) ‘국민 형부’라는 말도 되게 낯간지럽다. 제가 남들처럼 처제한테 잘하지도 않는다. 방송에서 부풀려서 얘기한 것뿐이지 부끄럽고 어색하다”고 말했다.
김강우는 영화의 홍보차 최근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했던 바. “평소에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본다. 저도 간간이 예능을 하고 있는데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느 덧 데뷔 19주년(햇수로 20년차)을 맞이한 김강우. 스스로 느끼기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 “달라진 점은 없다. 작품 시작할 때마다 설레고, 기대한다. 잠 못 이루는 날이 있기도 하고. 똑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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