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좀 싫어요”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36)가 지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 후 인터뷰에서 어느새 현실로 다가온 은퇴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04년 KBO리그에 데뷔한 이용규는 어느덧 18년차 베테랑이 됐다. 지난 시즌 120경기 타율 2할8푼6리(419타수 120안타) 1홈런 32타점 60득점 17도루 OPS .718로 여전히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한화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고, 올해 새롭게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커리어 네 번째 팀이지만 이용규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비시즌에는 키움 선수들과 함께 여행을 가며 친밀한 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이용규는 “시즌이 끝나고 박병호에게 연락이 왔다.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는 자리였는데 참석해도 좋고 안해도 좋으니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나도 이제 키움에서 야구를 해야하니까 동료들과 친해지기 위해 참석했다. 좋은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키움의 훈련 분위기에 대해 이용규는 “야구를 하기에는 너무 편하다.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맡겨주신 부분이 많고 선수들도 알아서 잘 하는 분위기”라고 키움의 첫 인상을 설명했다.
한화에서 최고참은 아니었던 이용규는 키움에서는 오주원과 더불어 최고참 선수가 됐다. “솔직히 좀 싫다”라고 웃으며 솔직한 심경을 밝힌 이용규는 “기분이 이상하다. 키움은 어린 선수들이 정말 많은데 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나다보니 어려워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고 편하게 해주다 보면 후배들도 다가와줄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움은 이용규에게 덕아웃에서 선수들을 이끄는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홍원기 감독은 “이용규가 야구장뿐만 아니라 덕아웃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기대한다”라며 이용규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용규는 역시 “모든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 많은 경기에 나가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 외적으로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좋은 말을 해주려고 노력하겠다”라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키움은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다보니 선수들의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홍원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 스스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좋지만 팀의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될 수 있다면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팀의 조화를 주문했다.
이용규는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또 지금처럼 바뀌는 것이 맞다”면서도 “후배들에게 편하게 해주겠지만 선후배간에 선은 또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박병호와 이지영이 있으니까 3명이서 좋은 쪽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끔 후배들을 잘 다독이겠다”라고 말했다.
이제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용규는 지난해 동시대 선후배들의 은퇴를 지켜봤다. 특히 한화에서 함께 뛰었던 선배 김태균과 정근우가 모두 은퇴를 선언했다.
이용규는 “어린 친구들은 누군가 은퇴를 한다면 쉽게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제 얼마남지 않았고 준비를 해야한다. 선배들이 은퇴를 하는 모습들이 내 일 같다. 준비를 정말 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에게는 ‘그동안 정말 좋은 성적을 냈고 국가대표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고생했다'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라며 은퇴를 앞둔 느낌을 이야기했다.
“언제나 악착같이 경기를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이용규는 “우승을 한 번 더하고 은퇴하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키움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며 마지막 목표를 밝혔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