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선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록과 명성을 떠나 제로 베이스에서 객관적인 선수 평가가 이뤄진다. 모든 선수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대대적인 팀 리빌딩을 시작한 한화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이 같은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거제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처음 만난 수베로 감독의 밑그림에는 4번타자 1루수만 정해져 있다.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의 자리만 미리 정했을 뿐, 나머지 라인업은 확정짓지 않았다. 남은 스프링캠프 훈련과 연습경기에서 경쟁을 통해 윤곽이 보일 전망이다.
수베로 감독은 “힐리에게 4번 중심타자로서 모습을 기대한다. 한국 타자들은 컨택 위주라면 힐리는 파워를 보여줄 수 있다. 수비 포지션은 1루로 생각하고 있다. 3루 수비도 가능한 선수이지만 향후 상황을 봐야 할 것이다”며 힐라 자리를 4번타자 1루수로 고정했다.
나머지 포지션에 대해선 함구했다. 수베로 감독은 “힐리 외에는 어떻게 정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발 빠른 2루수나 외야수들을 상위타선에 위치해 놓을 계획만 갖고 있다”며 “지난해 노시환, 임종찬 등 (유망주들이) 어느 타순에서 어떻게 했는지 고려를 하겠지만 캠프에서 선수들을 파악한 뒤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영상과 기록으로만 선수들을 본 수베로 감독은 이제 그라운드에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다. 훈련 중에도 사진과 프로필이 담긴 선수 페이퍼를 손에 놓지 않는다.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 중이다. 각 파트별 코치들이 5명씩 소규모 구성의 미팅을 진행하며 선수들의 성향을 보다 깊이 파악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팀이 필요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선수마다 적합한 포지션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포지션 분배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도 존중한다. 기존 기록들도 참고할 것이다”고 말한 수베로 감독은 “기록이 말하지 않는 부분을 우리 코칭스태프가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며 원점에서 재구성을 예고했다.
포수 최재훈, 2루수 정은원, 유격수 하주석, 3루수 노시환, 중견수 노수광은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지지만 수베로 감독은 미리 선을 긋지 않았다. 누구든 경쟁을 통해 자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었다. 실제 신인급 선수들에게 수베로 감독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기존 주전도 안심할 수 없다.
새 시즌 캡틴으로 발탁된 노수광도 “주장이라고 해서 주전이 보장됐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주장이라도 못하면 경기에 뛸 수 없다. 주장을 떠나 주전으로 나갈 수 있게 잘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