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욕심은 세계적인 배우가 되는 거다. 제가 갖고 있는 색깔 안에서 생각했을 때 한국적 인디성과 상업성, 세계적 인디성과 상업성까지 다 있다고 믿는다.(웃음)”
배우 유태오(41)가 3일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연예계) 비지니스 시스템 안에서 결과적으로 얘기했을 때 세계적이라는 말은, 그 안에 뿌리를 생각하면, 다양한 감수성을 표현한다는 거 같다. 저는 세세한 감정부터 보편화된 감수성까지 이해할 수 있다. 한국적, 외국적인 감수성이 다 있기 때문에 어떤 문맥에 키워넣어도 얘기할 수 있는 믿음이 있다. 욕심이 많다”라며 이같이 원대한 꿈을 드러냈다.
이어 유태오는 “제가 대세는 아니지만 예전보다 인지도가 올라간 거 같아서 기분은 좋다”라며 “제가 (2018년에) 칸 국제영화제에 갔다 오고 나서 들어오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열심히 다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소속사와도 약속했다. 주인공이 외에 단역은 아니기에, 악역으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겠다 싶었고, 이후 1년 반~2년 반 정도 인지도를 쌓은 거 같다. 이후 상업적으로, 대중에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가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 중 래환이 첫 번째 캐릭터였다”고 털어놨다.
유태오가 출연한 새 한국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수필름)는 네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코미디. 이 영화에서 그는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 래환을 연기했다. 소녀시대 출신 배우 수영이 래환의 여자친구이자, 원예사 오월 역을 맡아 첫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에 유태오는 “수영은 첫 미팅 때부터 너무 편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웃음)”며 “수영의 성격도 털털한 편이고 제 성격도 털털한 편이라 편안했다”라고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자신이 소화한 래환 역할에 대해서는 “제가 기존에 강하고 악한 캐릭터를 자주 맡았었는데 그간 보여줬던 인물들과 달라서 좋았다”고 비교했다.
“우리 커플의 분량도 적절하게 잘 나온 거 같다. 래환, 오월 커플의 분량이 더 길어지려면 시나리오상 스토리가 더 나와야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우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딱 적절하게 보여주신 거 같다.”
유태오는 드라마 ‘머니게임’(2020)을 촬영하고 있을 때 ‘새해전야’의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동료 배우, 감독님이 좋아서 이건 해야겠다 싶었다. 세 작품이 겹쳐서 신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하게돼 너무 좋았다. 못 한다는 말도 배부른 소리인 거 같아서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영화제에 갔다온 이후 2년여 동안 정말 연기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약속했다. 작품이 좋으면 제 몸이 될 수 있는 한 많은 작품들을 소화하고 싶었다. 그 전까지는 무명이라서 1년에 한 번 정도 했었다.(웃음) 제 기준에서 프로페셔널한 스케줄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저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09년 영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로 데뷔한 유태오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러시아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가 2018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초콜릿’ ‘머니게임’ ‘보건교사 안은영’, 영화 ‘버티고’ ‘블랙머니’ ‘담보’ ‘새해전야’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유태오는 배우가 되기 전 농구선구였다고 전했다. “12세부터 20세까지 농구선수로 활동했는데, 십자인대와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면서 수술을 3번 받았다. 독일 의사 선생님이 ‘편하게 걸을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거다’라는 말까지 하셔서 17세에 제가 많이 힘들었다. 수술하고나서도 경과가 안 좋았다”고 털어놨다. 부상으로 인해 코트를 떠났고, 본인 스스로 가장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결과, 그게 연기였다고.
유태오는 “악역이든 선역이든 그 사람의 결핍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어떻게 연기하면 보는 사람들이 공감하며 감싸줄 수 있는지, 저 스스로 연민을 갖고 캐릭터에 접근을 한다”며 “하지만 제가 편견을 갖고 연기하면 보편적인 연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없는 연기는 하기 싫어서 편견 없이 접근을 하려고 한다”고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밝혔다.
‘새해전야’ 속 래환은 후천적 장애를 얻어 어려움과 갈등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고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제가 감히 그 선수들의 아픔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제 인생에서 힘들었던 부분을 떠올리며 (장애에) 비교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은 저만의 심리적인 부분이고, 육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집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 다리가 없는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를 한 거다. 실제로 선수들과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수들이 옆에서 긍정적으로 도움을 주셨다.(웃음)”
영화를 촬영하는 몇 개월간 치열하게 훈련하며 몸을 만들고, 래환을 자신에게 입힌 유태오의 노력과 재미가 느껴졌다.
“물론 래환의 달달한 모습이 현재의 내 모습과 닮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놓으며 웃는 그에게서, 캐릭터를 실제 성격처럼 보이게 만든 강렬한 애정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유태오는 이날 “이제는 연기가 제게 첫 번째다. 제 본분을 잘한 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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