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92년, 각종 오염과 질병 때문에 지구가 망하고 위성궤도에 새 보금자리 ‘UTS 시민 거주 단지’가 조성된다. 하지만 이곳은 오로지 선택받은 자들만이 입성할 수 있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광활한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를 치우며 돈을 버는 승리호 멤버들은 오늘도 타국 경쟁자들과 싸우며 위성 쓰레기를 선점한다. 그들의 원대한 꿈은 하루 빨리 많은 돈을 모아 UTS 시민이 되는 것.
한편 UTS 창업자 제임스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 회장은 지구에서 온 기자들을 상대로 UTS의 설립 의도와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에 대한 계획을 늘어놓는다. 그는 '제2의 지구’로 화성을 선택해 원대한 개발을 진행하는데, 승리호 멤버들은 그보다 먼저 로봇 도로시를 차지해야만 한다.
5일 오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감독 조성희, 제작 영화사비단길, 제공 넷플릭스)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초 2020년 9월 23일 극장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날짜가 연기됐고, 고심 끝에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영화 ‘늑대소년’(201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등 매 작품 독보적인 세계관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과시해온 조성희 감독의 노력이 이번에도 돋보인다.
그동안 조성희 감독의 영화를 재미있게 봐온 관객들이라면, 신작 ‘승리호’ 역시 조 감독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낼 터. 매 작품 겹치지 않게, 장르영화를 만드는 특기는 그만의 타고난 재능이다.
조 감독은 ‘승리호’로 전작들보다 스케일을 한층 더 키워 우주로 향했다. 할리우드 영화사 작품, MCU(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세계관에서만 봤던 우주 공간을 국내 영화사와 처음으로, 그것도 절반 이상을 한국어 대사로 그렸다는 점은 높이살 만하다.
또한 할리우드 SF 영화들과 비슷하게 인물들의 움직임을 통해 역동성을 강조했고, 화려한 인물들의 외향과 말투로 감흥을 증폭시켰다. 우주SF 장르적 특성에 어울리게, 정교한 VFX를 구축한 시각효과도 돋보인다. 다만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소재와 표현 방식에 비해 지극히 평면적인 인물들의 사연은 유기적인 합을 이루지 못한다. 숨겨진 반전도 허섭하다.
SF 블록버스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승리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다. 분명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맵시가 나지만, 보고 나서 ‘이건 꼭 봐야 해’ ‘꿀잼이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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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