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NO"…'새해전야' 홍지영 감독 밝힌 '졸업전야' 시리즈(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2.04 13: 29

 새해가 되면 지난해보다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새 한국영화 ‘새해전야’는 새해를 앞둔 9명의 서로 다른 일상을 따라가는 따뜻한 로맨스 드라마다. 웃음 터지는 코믹, 달달한 멜로, 보기만 해도 눈물 나는 가족극까지 여러 가지 색깔이 녹아있다.
홍지영 감독은 영화 ‘새해전야’(제작 수필름,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전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에 이어 5년 만이다. ‘새해전야’는 홍지영 감독과 제작사 수필름이 선보였던 영화 ‘결혼전야’(2013)와 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결혼전야’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결혼 일주일 전을 그렸다면, ‘새해전야’는 1월 1일을 앞두고 다양한 문제에 봉착해 이를 풀어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일주일을 담았다. 

연출을 맡은 홍지영 감독은 4일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2016년에 내놓고 ‘새해전야’가 5년 만이다. 저는 작품을 더 자주 하고 싶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전야 시리즈'에 대해 홍 감독은 “‘전야’ 시리즈는 의미가 있다. ‘결혼전야’는 결혼, ‘새해전야'는 새해로 조금 더 보편적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1월 1일이 오기까지 일주일, 그 시기에 대해 저는 예전부터 ‘뭐지?’라고 불안함을 느꼈었다. ‘새해전야’라는 영화로 풀면서 좀 더 넓은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해에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2013년에 ‘결혼전야’, 2021년 ‘새해전야', 조금 더 빨리 왔으면 좋을 거 같은 ‘졸업전야’까지(웃음). ‘전야’ 시리즈는 어떤 시기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다. 지금 생각하기에는 세 시리즈 정도 만들 수 있을 거 같다”고 예고했다. ‘결혼전야’ ‘새해전야’에 이어 ‘졸업전야’로 돌아오겠다는 의미다. 
“(수필름)민진수 대표가 기획을 했다. 현재 ‘졸업전야’의 계획까지 서 있다. 이 시나리오는 처음에 러브 스토리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다시 개발됐다. 그 과정에서 아예 제목을 ‘OO전야’로 맞춰가자는 말이 나와서 (3편이 될) '졸업전야' 얘기까지 나왔다.”
‘새해전야’에는 ‘결혼전야’에 출연했던 배우 김강우, 이연희가 출연하는데 완전히 다른 인물을 소화했다. 이에 홍 감독은 “김강우, 이연희는 두 번째 출연이다. 그래서 중간 얘기를 생략하고 점핑해서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며 “이어진 인물은 없는데 이야기에는 관계가 있다. 그 사이 국제 커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남녀 커플의 변화가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홍 감독의 ‘결혼전야’에는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 ‘새해전야’에는 전환점의 시기, ‘졸업전야’에는 인생의 의미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영화가 옴니버스는 아니다. 9명의 주인공들이 한 드라마를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점이라고 하면 한 번에 다양한 얘기를 보여줄 수 있다. 다만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모두의 얘기를 깊게 다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팔로우 해서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만들 때마다 어렵다. 관객들이 버틸 수 있는 2시간 안에 9명, 네 커플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과부하가 걸린다. 시나리오는 이렇게 썼지만 편집 과정에서 생략되거나 수정되기도 한다. 다양성을 갖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새해전야’는 당초 지난해 12월 30일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유지로 인해 설 연휴를 앞둔 2월 10일 개봉하게 됐다. 
이에 홍지영 감독은 “2019년 8월 말 아르헨티나 촬영을 시작으로 2020년 1월까지 촬영을 했고 긴 후반 작업을 거쳤다. 9명의 인물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종합선물세트다. 코로나가 있기 전에 찍었고 후반작업은 불안함 속에서 했고 개봉은 코로나를 걱정하면서 하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 촬영을 마쳤을 때, 본편을 내놓은 현재까지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데 제가 제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은 거 같다. 행복이라는 게 너무 진부한데 이제 너무 귀한 게 됐다”고 자평했다.
‘새해전야’의 장점에 대해 홍 감독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위로의 지점, 행복을 제안하는 지점이 조금이라도 관객들에게 힐링이 된다면 제게 의미가 있을 거 같다”며 “몇 년이 흘러 나중에 재평가를 받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고 용기 있게 이 시점에 개봉하는 게 나쁘지 않을 거 같다. 관객의 몫으로 자유롭게 느끼게 하고 싶다. 꼭 봐달라는 말보다 마음에 든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편하게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홍지영 감독은 로맨스 멜로영화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며 유일무이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관객층이 2040세대로 명확한 만큼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느낄 거리가 충분하다. 이에 대해 홍지영 감독의 답변은 명쾌하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배우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저만 느낀 부분을 이끌어내고 싶다. 그 배우가 원석이었고 제 작품에 출연하며 다른 면이 보였으면 좋겠다. 감독으로서 저는 그 배우가 원래 잘하는 거 말고,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서 스릴러 범죄물에서 장기를 드러냈던 배우 김윤석이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통해 부드러운 면모를 꺼내보였다고 예를 들었다.
홍지영 감독은 “감독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저는 배우들이 못 보여준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게 좋다. 김윤석도 너무 멋진 배우이자 남성이다. 잘 하는 것 말고 다른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깔아준 ‘영화판’에서 배우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 그게 관객들에게 통했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홍지영은 감독으로서 새로운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게 사는 행복이라고 했다.
“물론 시나리오에 에피소드, 대사가 있지만 연출하면서 끊임없이 제 경험치를 녹여내는 거 같다. 제 경험에서 느낀 감정을 보편화하고 없던 것을 만드는 게 감독의 매력이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 다양한 충족이 있을 수 있다. ‘키친’ 때부터 지금까지 목표는 하나였다. 저는 ‘모두가 행복할 순 없을까?’라는 생각을 놓은 적이 없다. 어려운 관계를 설명하면서도 ‘이들이 행복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영화와 소통하는 것은 끝까지 하고 싶은 일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만들고, 돌아올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기다리는 그녀의 설레는 모습은 감독이라기보다 설레는 아이 혹은 출산을 앞둔 엄마의 모습 같기도 했다.
“저는 ‘새해전야’에 나온 9명의 배우 모두를 사랑한다. 각각의 개성이 있고 그들이 모두 퍼즐을 맞췄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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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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