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지만"..김향기가 찾은 '아이'의 의미(종합)[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1.02.04 13: 42

 "욕심 많지만, 그때 그때 주어진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배우 김향기(21)가 다시 한 번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섰다.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과 ‘증인’(감독 이한)에 이어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신과 닮은 캐릭터에 끌려 흥미를 느꼈다는 김향기, 이번에는 보호종료로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영을 연기하며 치유받고 위로받았다.
김향기는 4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아이’ 개봉 인터뷰에서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배우로서의 포부 등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탄탄한 필모를 이어오며 의젓한 배우로 성장한 김향기. ‘아이’를 통해 다시 한 번 김향기의 진가가 발휘된다.

먼저 김향기는 이날 인터뷰에서 ‘눈길’, ‘증인’에 이어 다시 한 번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약자 캐릭터를 맡은 것에 대해서 “팬 분들이 이야기해주실 때도 역할에 있어서 누군가를 대변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작품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나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대본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끌리는 부분이 있더라. 내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나, 이야기에 담긴 소소한 재미가 내가 작품을 결정하는데 끌리는 이유가 될 때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읽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결정하지는 않는 편이다. 내가 봤을 때 재미있어서 작품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런 작품들이 감사하게도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아영(김향기 분)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 분)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영화다.
‘아이’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극 중 아영 캐릭터가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 물론 외부적인 상황은 다른 인물이지만 아영의 선택에 있어 전혀 의문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신과 닮음을 느끼고 흥미로웠다는 김향기다. 
김향기는 “’아이’는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대본이 금방 금방 읽혔다. 아영이가 하는 행동이나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 ‘왜?’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자연스럽게 읽혔다. 다 읽고 보니까 ‘왜 이렇게 빨리 읽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되짚어보니까 아영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김향기와 닮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아영이의 선택에 있어서 ‘왜?’라는 의문이 들지 않았다. 나랑 닮은 사람 같다는 것이 흥미로워서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영과 닮은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외부적인 것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적으로 봤을 때는 전혀 다르지만 그 모든 것들을 제외한 한 주체로서의 인간, 타고난 사람 자체가 닮았다는 게 최선의 표현 같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본성적인, 선택에 관한 것,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해나가려고 하는 방식들이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친구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김향기가 맡은 아영은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다. 보육원을 나와 자립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가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버겁다.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고 영채와 혁이를 만나게 된다.
김향기는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아이’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아이’와 아영에 여전히 많이 빠져 있는 김향기였다. 류현경 역시 자신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향기는 “특정 장면에서 눈물이 터졌다기보다 먹먹하게 보다가 혁이 얼굴이 비춰졌을 때 눈물이 흐르고, 또 흐르고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찍은 작품을 보면서 이런 방식으로 감정이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내가 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촬영을 마친 지 오래돼지 않아서 안 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나더라”라고 털어놨다.
김향기아 연기한 아영은 보호종료 아동인 만큼 배우로서 다가가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터. 김향기는 보호종료 아동이라는 서술을 제외하고 아영을 한 사람으로서 대하고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향기는 “보호종료 아동이 말 자체가 가진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어떤 걸까했다. 그걸 받아들이는 게 이 서술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 제외하고 한 사람으로서 연기하는데 그걸 크게 의미를 두고 갇혀서 그걸 중심으로 연기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단 아영으로서의 연기를 보여주면 좋겠다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영이는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하루 하루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노력만으로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공백이 있는 친구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행동을 하든 자신이 가진 안정된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하려는 친구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지만 내재돼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보통 말할 때 느낌이나 분위기에서 연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다. 상대방과 타인과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 서툰 친구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김향기는 “고민이 됐지만, 보호종료 아동이라는 콘셉트 안에서 캐릭터성을 부여하지만 그 전에 일단 한 사람으로서 다가가려는 생각을 좀 더 많이 한 것 같다. 보호종료 아동으로서의 어려움, 상황들에 집중해서 연기하기보다 영화상 흐름에서 잘 표현되기 때문에 이 사람으로서 내가 지금 겪는 감정, 영채를 만나면서 변화는 감정들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향기는 이번 작품에서 주로 류현경과 호흡을 맞췄다. 류현경에 대해서 ‘분위기 메이커’라며 각별한 애정을 전했다. 김향기는 류현경과의 호흡에 대해서 “촬영현장에서 너무 좋았다. 류현경 언니가 가지고 계신 에너지가 정말 긍정을 일으켜주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늘 받았다. 그게 활력 있는 에너지에서 오는 피곤함이 아니라 같이 활력을 넣어줄 만큼의 에너지를 유지시켜주는 것 같았다”라며 웃었다. 
이어 “촬영현장에서 캐릭터로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다운돼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쉴 때 같이 으쌰으쌰해서 촬영하는 느낌을 받았다.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신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이 아영과 영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촬영을 할 때는 또 그 역할에 집중되는 상황을 만들어주신다”라며, “쉴 때나 촬영할 때나 너무 좋았다”라고 덧붙이며 애정을 드러냈다.
짧지만 강렬한 신으로 만나는 염혜란 역시 김향기를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선배였다. 김향기는 “염혜란 선배님과 많이 신이 붙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신들에서 만나서 연기했다. 염혜란 선배님이 되게 미안해 하셨다. 아무래도 강력한 장면들이 필요하다 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할 때는 오히려 망설이지 않고 하셨다. 바로 바로 말을 해주셔서 거기에 기운을 빼앗기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짧지만 강렬했던 촬영이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김향기는 극 중 영채의 아이 혁이 역을 맡은 쌍둥이 아기들과도 연기 호흡을 맞춰야했다. 베이비시터 역할인 만큼 아기를 돌보는 것도 제법 능숙하게 연기했다. 김향기는 영화로 간접 육아를 체험한 것에 대해서 “연기를 해준 쌍둥이 친구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줘서 큰 어려움이 없이 연기를 하다 보니까, 솔직히 말하면 육아할 때의 어머니들이 느끼는 만큼의 고충이나 어려움은 느끼지 않았다. 나는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 쌍둥이 부모님이 항상 현장에 계셨기 때문에 케어해주는 모습을 항상 관찰했다. 쌍둥이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케어하는 모습을 관찰했는데 내가 아직은 감히 아이를 케어한다는 정도는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들과 촬영하면서 나는 즐거웠다. 너무 예쁘고 즐겁고 연기도 너무 잘해줬다.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하기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서로를 만나 치유와 위로를 받는 극 중 인물들, 김향기는 ‘아이’를 여성 연대를 강조하는 영화로서도 의미 있게 생각했다. 
김향기는 “여성으로서 다양한 인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편견이라는 게 있다. 편견에 관해서 그들도 그들만의 가치관 속에서 잘 살고 있고, 어떻게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편견의 시선 속에서 바라보지 않아도 그들만의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키워가고, 서로 연대감을 키워갈 수 있는 인물들이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상황 속에서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보다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아이’는 김향기가 ‘증인’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 출연하며 또래 연기를 펼쳤던 김향기, 오랜만에 내놓는 영화지만 코로나19 속 개봉이라 걱정도 긴장도 하고 있는 상태다. 
김향기는 “나도 오랜만에 영화로 찾아뵙게 돼서 긴장이 되더라. ‘증인’ 이후에 영화 상황이 너무 많이 변해 있어서 나도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로 영화에 대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홍보를 할 수 있을까,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에 대한 의문이 많아지더라. 전혀 상황이 어떻게 될지 파악도 안 되고, 궁금한 점이 많다”라며, “긴장을 궁금증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내 영화를 많이 보러 와주세요’라고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 상황 속에서 따뜻한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나도 늘 조심해야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만큼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아이’는 김향기에게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2년 만에 내놓는 영화이기도 했고, 여성 연대를 강조하는 영화로서도 의미가 있었다. 또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김향기는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아이’를 통해서 더욱 폭 넓어진 연기를 보여준 김향기,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많지만 일단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것이 김향기의 마음이었다.
김향기는 “욕심은 많다. 그냥 욕심이 많지만 ‘그런 작품을 못 해도 뭐 상관이 없다?’”라며, “그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그만큼의 책임을 가지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거기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 그때 주어진 것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해주시는 것은 내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자신감을 생기게 해주시는 말들이고, 그래서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나는 이런 나도 될 수 있어?’라고 해주는 말들 같아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김향기의 성숙해진 연기, 따뜻한 위로와 치유를 담은 영화 ‘아이’는 오는 10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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