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가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 부문 1개에만 노미네이트된 것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이삭 감독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국 베니티페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나리’가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 부문 후보에 오른 과정을 밝혔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
‘미나리’는 3일 오전(현지시각) 발표된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 단 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배우 윤여정이 20개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작품상과 연기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에 논란이 일었다.
외신들은 골든 글로브 후보작(자) 선정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브래드 피트 제작사인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작품임에도 외국어 영화상 한 부문에만 후보를 올린 것에 의문을 품으려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정이삭 감독은 베니티페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골든 글로브를 악마로 만들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의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 과정에 대해서 “내가 알기론 ‘페어웰’(감독 룰루 왕)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제출하면서 스튜디오 쪽에서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 ‘페어웰’은 드라마나 코미디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을 자격이 되지 않았을 것이며, 외국어 부문에 속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미나리’에게도 똑같이 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이삭 감독은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미나리’는 언어에 관한 HFPA 규정 때문에 외국어영화 부문만 받을 자격이 있었고, 이 영화는 이러한 규칙에 충족돼 제출됐다. 이 문제 관련된 선택권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에서 수여하는 상인 골든 글로브는 대사 50% 이상이 영어로 이뤄진 작품만 작품상 후보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나리’는 미국 영화지만 한국어 대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이삭 감독은 골든 글로브의 후보 선정에 대한 논란과 분노에 대해 이해하지만, 악마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는 “나는 그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고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를 이해한다. 아시아계 민국인으로서 자라서 백인이 아닌 사람으로 자라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는 종종 외국인처럼 느낄 수 있고, 비록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인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미국인으로 느낄 수 있다. 이곳이 내 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골든 글로브를 악마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들이 영화를 시상하고 영화를 축하하려고 하는 것 같고, 결국에 그건 좋은 일이다. 그들이 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고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및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미국 영화협회 및 시상식을 싹쓸이하며 59관왕을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3월 3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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