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고 2군 생활, 할 게 못 돼" 37세 최고참 솔직 고백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2.06 06: 02

“본의 아니게 최고참이 됐다.”
한화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레전드 김태균이 은퇴했고, 송광민 안영명 이용규 최진행 등 30대 중후반 선수들이 한꺼번에 방출됐다. FA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던 이성열(37)은 칼바람을 피하며 생존했지만 남 일 같지 않다. 
1984년생 만 37세인 이성열은 팀 내 최고참 선수로 거제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 중이다. 지난겨울 선배들과 작별한 이성열은 “나도 언젠가 그런 순서가 올 텐데 선배들이 먼저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야구장에 오래 남아 동생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화 이성열이 피지컬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지난해 이성열은 79경기 타율 2할3리 46안타 8홈런 34타점 OPS .600으로 부진했다. 2군에만 3번이나 내려갔다. 2군에 잠시 다녀가면 기분 전환이 될 수 있지만 서산 퓨처스 생활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젊은 선수들은 2군에 갔다 오면 기분이 맑아질 수 있고, 동기 부여가 되겠지만 나이 든 선수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연차가 지날수록 2군 생활이 빡빡하더라. 2군 생활도 젊었을 때 해야지, 나이 먹어선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게 이성열의 솔직한 고백이다. 
5회초 2사 만루 상황 한화 이성열이 파울을 칠 때 배트가 부러지고 있다. / dreamer@osen.co.kr
올 시즌을 끝으로 FA 2년 보장 계약이 끝나는 이성열에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젊은 선수 위주로 리빌딩 중인 팀 기조상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주 포지션인 1루에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가 합류했다. 
이성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을 잘 안다. 과거 성적을 내려놓고 다시 도전하는 입장으로 준비한다. 그는 “지금은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없어졌다. 나도 자리를 잡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며 ‘노시환 타도’라는 이색 목표를 선언했다. 
한화 리빌딩의 중심으로 기대를 모으는 노시환은 주전 3루수로 풀타임 기회를 받을 게 유력하다. 이성열은 “시환이가 올해 많은 기회를 보장받을 것 같다. 감독님은 힐리만 (주전으로) 정해졌다고 말씀하시지만 시환이도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타도 노시환을 목표로 해야 경기도 많이 나가고, 성적도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9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서 추격의 우월 솔로포를 날린 한화 이성열이 더그아웃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dreamer@osen.co.kr
지난해 팀 홈런 꼴찌로 장타력이 약한 한화에서 이성열은 아직 효용 가치가 있다. 젊은 팀으로 바뀌었지만 고참의 존재는 성공한 팀의 필요 조건이다. 이성열은 “우리 팀이 약하다고 하지만 더 떨어질 데도 없다. 수베로 감독님 말씀대로 신념을 갖고 100% 몸과 컨디션으로 뛰면 반전이 있을 것이다”며 “우리 팀에는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많다. 선배들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야구를 하면 좋아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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