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최고참이 됐다.”
한화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레전드 김태균이 은퇴했고, 송광민 안영명 이용규 최진행 등 30대 중후반 선수들이 한꺼번에 방출됐다. FA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던 이성열(37)은 칼바람을 피하며 생존했지만 남 일 같지 않다.
1984년생 만 37세인 이성열은 팀 내 최고참 선수로 거제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 중이다. 지난겨울 선배들과 작별한 이성열은 “나도 언젠가 그런 순서가 올 텐데 선배들이 먼저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야구장에 오래 남아 동생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성열은 79경기 타율 2할3리 46안타 8홈런 34타점 OPS .600으로 부진했다. 2군에만 3번이나 내려갔다. 2군에 잠시 다녀가면 기분 전환이 될 수 있지만 서산 퓨처스 생활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젊은 선수들은 2군에 갔다 오면 기분이 맑아질 수 있고, 동기 부여가 되겠지만 나이 든 선수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연차가 지날수록 2군 생활이 빡빡하더라. 2군 생활도 젊었을 때 해야지, 나이 먹어선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게 이성열의 솔직한 고백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2년 보장 계약이 끝나는 이성열에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젊은 선수 위주로 리빌딩 중인 팀 기조상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주 포지션인 1루에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가 합류했다.
이성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을 잘 안다. 과거 성적을 내려놓고 다시 도전하는 입장으로 준비한다. 그는 “지금은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없어졌다. 나도 자리를 잡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며 ‘노시환 타도’라는 이색 목표를 선언했다.
한화 리빌딩의 중심으로 기대를 모으는 노시환은 주전 3루수로 풀타임 기회를 받을 게 유력하다. 이성열은 “시환이가 올해 많은 기회를 보장받을 것 같다. 감독님은 힐리만 (주전으로) 정해졌다고 말씀하시지만 시환이도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타도 노시환을 목표로 해야 경기도 많이 나가고, 성적도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팀 홈런 꼴찌로 장타력이 약한 한화에서 이성열은 아직 효용 가치가 있다. 젊은 팀으로 바뀌었지만 고참의 존재는 성공한 팀의 필요 조건이다. 이성열은 “우리 팀이 약하다고 하지만 더 떨어질 데도 없다. 수베로 감독님 말씀대로 신념을 갖고 100% 몸과 컨디션으로 뛰면 반전이 있을 것이다”며 “우리 팀에는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많다. 선배들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야구를 하면 좋아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