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배우 윤정희(77)가 프랑스에에서 가족에 방치돼 단절된 채 생활하고 있다는 국민청원 글이 게재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서는 배우의 이름이 가려진 상태지만, 프랑스에서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원로배우라는 설명으로 지난 2019년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알렸던 배우 윤정희로 짐작되고 있다.
청원글 작성자는 “지금 ***는 남편 ***(*****, 경칭생략)와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에 있다. 수십년을 살아온 파리 외곽 지역 방센느에 있는 본인 집에는 한사코 아내를 피하는 ***가 기거하고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가 따로 떨어져 있는 집에는 생면부지의 한 프랑스인이 세입자로 들어와 있는데, 이 프랑스인은 본인의 풀타임 직업이 있어 아침에 출근한다. 낮에 알츠하이머 환자인 *** 스스로가 당뇨약 등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고는 있는지, 아니면 누가 도와주는지 딸에게 물어도 알려주지도 않는다. 필요한 약을 제때에 복용하지 못할 경우, 특히 당뇨약의 경우 치명적인 사태가 올 수도 있어서 심히 염려가 된다”라고 전했다.
또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서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직계 가족인 배우자와 딸로 부터 방치된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는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라며, “간병인도 따로 없고, 프랑스 정부 보조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세번 와서 청소를 해주고 간다. 형제들과의 소통은 아주 어렵고 외부와 단절이 된채 거의 독방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작성자에 따르면 딸에게 형제들이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수차례 요청했으나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고, 전화는 한 달에 한 번 30분 동안, 방문은 3개월에 한 번씩 두 시간 할 수 있다. 전화통화를 하려면 2주 전에, 방문을 하려면 한 달 전에 약속해야 했다. 작성자는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자유로운 전화통화도 할 수가 없고 우편물을 보내도 반송된다”라고 밝혔다.
또 작성자는 지난해 7월 프랑스에 있는 동생이 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갔지만 딸은 모친을 방치하고 가족들끼리 3주 바캉스를 떠나서 만나지 못했다고 적으며, “딸과 배우자가 기본적인 간병 치료라도 해주면 좋겠지만, 배우자인 ***는 자기 아내를 안본지가 2년이 됐다. 한국에서 형제들이 여기저기 호소를 했지만, 현재 활동하는 *** 말에 기울고 ***에 관해서는 별 반응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2019년 1월 배우의 모친이 돌아가셨고 장례식 후 여의도에 남아 당뇨와 알츠하이머 치료를 잘 받고 있었지만, 남편과 딸이 아내를 납치하다시피 프랑스로 데리고 갔다고 밝혔다. 이후 남편은 서울에서 언론 인터뷰를 자청해 배우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전했다고.
작성자는 “프랑스로 강제 이주되기 전에는 ***는 단기 기억만 없었지, 밝고 명랑하며 농담도 잘했다. 그러던 ***는 프랑스에 끌려가서는 대퇴부 골절로 입원도 하고 얼굴은 20년도 더 늙어 보였다. ***가 직계 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현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제대로 된 간병과 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게 청원자의 간절한 바람”이라며, “지금까지 ***의 형제 자매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의 제대로된 간병, 치료를 애원을 하고 대화를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고 근거없는 형제들 모함만 주위에 퍼트리니 마지막 수단으로 청원한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지난 5일 작성된 해당 청원글은 1800여 명의 동의를 얻고 있는 상태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은 앞서 지난 2019년 11월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려졌다. 당시 백건우 씨는 “(아내가)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 증상이 시작됐고, 현재 딸이 있는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윤정희는 지난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하며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였다. 수많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줘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지금까지 3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