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가족 경영, 왜 해피엔딩이 드물까 [손남원의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21.02.07 11: 19

[OSEN=손남원 지가] 잘 나가는 톱스타들 가운데 친인척이 매니저를 맡는 가족 기획사가 부쩍 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스타 파워가 이전보다 더 강해진 때문이다. "내 핏줄이 버는 떼돈을 왜 남들한테 나눠줘"라는 놀부(?) 심보도 알게 모르게 작용했을 터다.
문제는 연예인이 직접 경영을 맡거나 부모형제가 회사를 차려서 잘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대답은 간단하다. 연예인 매니저가 영화와 드라마 속 그들처럼 스타들 졸졸 쫓아다니며 뒷수발이나 드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획사는 직원들 각각의 역할을 세세하게 나눈다. 심부름을 맡는 로드부터 의상 및 화장 코디, 스케쥴을 조정하는 전담 매니저(또는 사장)의 서열이다. 어느 드라마에서 기획사 사장님은 돈만 세고 있던데 그런 회사는 금세 자빠진다. 제멋대로 살고 싶은 배우를 콘트롤할 수 있냐 없냐가 이 바닥에서 좋은 리더의 관건이다. 소속 연예인이 잘 나갈수록 자주 발생하는 위기 관리도 매니저의 주요 임무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캡처(넷플릭스 제공)

무엇보다 매니저 능력의 핵심은 어떤 콘텐츠를 팬들에게 보여줄지를 의논하고 정하는 배우(또는 가수)와의 이인삼각 파트너십이다. 배우(가수)는 출연작(노래) 성공여부에 따라 롱런이냐 단명이냐의 성패가 갈린다. '제작사는 망해도 배우야 출연료 받았으니 그만'이라는 얌체 근성이 통하는 것도 한 두 번이다. 세 번 헛스윙이면 바로 삼진아웃 당한다. 꽃미남 꽃미녀 청춘 톱스타가 한 순간에 날개없이 추락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든든하고 뛰어난 매니저 없이 나홀로 스타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신데렐라는 동화에서나 찾을 일이다. 어떤 작품을 어느 프로듀서와 할 지를 고르고 섭외하는 능력, 이게 뛰어난 매니저를 구분하는 키포인트다. 
그런 매니저를 만나서 성공했다고 치자. 어느 순간, 떼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거꾸로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처음에는 수익의 일부를 나눠쓰는 정도에 만족했던 친인척이 이것저것 수익사업에 관여하다 결국에는 '독립'을 선언한다. "매니저야 돈 주고 쓰면 되지, 뭐"라고 생각할 거다. 
가족의 고리는 일로 연결될 때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 제대로된 책(시나리오)에서 험한 역할이 들어와도 핏줄이라서 강하게 밀어부치지 못한다. 제작사에 "예쁘게(멋있게) 나오는 배역으로 가자"고 역제안하는 순간, 게임오바다. 깔끔하고 투명해야할 수익금 정산은 촌수가 가까울수록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흐려지기 십상이다. 나중에 부모자식 사이에 의절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발생한 사례들도 있다.
물론 가족경영으로 성공한 스타들도 드물지는 않다. 매니저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가족이 음지에서 열심히 뛰었기에 가능했던 케이스다. 매니저로서의 능력에 물보다 진한 한 핏줄의 사랑이 더해졌으니 그 시너지는 상상 이상일게다./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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