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허쉬'가 침묵 너머의 진실을 밝히며 깊은 울림과 진한 여운을 선사했다.
지난 6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허쉬’(극본 김정민, 연출 최규식, 제작 키이스트·JTBC 스튜디오)에서 한준혁(황정민 분)과 이지수(임윤아 분), 그리고 ‘H.U.S.H’ 멤버들은 침묵을 깨뜨리고 진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양심선언은 오수연(경수진 분)의 죽음과 매일한국 안팎에 얽힌 진실들을 밝혀냈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과 공정한 세상을 향한 희망의 빛줄기를 비추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통해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린 ‘허쉬’가 남긴 것을 짚어봤다.
#차원이 다른 현실 공감..사건보다 ‘사람’에 주목한 직장인 기자들의 세계
‘허쉬’는 언론인이기 이전에 평범한 직장인이자 보통 사람인 기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이지수의 대사처럼 펜의 힘보다 숟가락의 무게를 절실히 느끼며 오늘도 버티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었다. 한준혁과 이지수도 결국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었고, 매일한국 패밀리 모두 누군가의 남편, 아내, 부모로서 책임감을 짊어진 직장인 기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생존과 양심의 경계에서 겪는 고뇌는 치열했고, 정의 구현보다 밥그릇 사수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본능은 그 무엇보다 현실적이었다. 이는 곧 ‘허쉬’만이 가진 현실 공감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진실에 침묵하고 거짓과 타협하는 현실 꼬집은 날카로운 통찰과 시선
이지수의 아버지 이용민(박윤희 분) PD의 가짜 뉴스부터 매일한국의 채용 비리, 박명환(김재철 분) 사장의 불법 공천, 그리고 극의 중심을 이끈 인턴 오수연의 자살 사건까지. ‘진실을 여는 창’이라는 수식어는 무색했다. 매일한국을 둘러싸고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의 진실은 모두 침묵 뒤에 가려져 있었다. 무엇보다 현실의 이면을 투영한 사건들은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다. 언론과 정치 권력의 힘 있고 가진 자들이 풀어놓은 덫에 걸리는 건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허쉬’는 이와 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도 한준혁, 이지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날카롭게 꼬집었다. 뜨거운 정면돌파로 묵직한 한 방을 날린 두 사람의 활약은 통쾌하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했다.
#세상의 모든 ‘미숙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
‘H.U.S.H’의 탄생은 오수연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계획이자, 세상 모든 ‘미숙이’들을 위한 한준혁의 다짐이기도 했다. 그의 변화는 오수연이 떠난 이 세상 어딘가에서 또 다른 오수연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며 감동을 불어 넣었다. 곰탕처럼 뜨겁게 끓어오르라고 후배들을 다그치면서, 정작 오래전 불을 꺼버린 자신도 함께 뜨겁게 달구는 한준혁의 모습 역시 강렬했다. 이처럼 ‘허쉬’는 비록 현실의 벽은 높고 냉혹하지만, 그 벽 아래 함께 기대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상기시켰다.
#황정민X임윤아부터 매일한국 패밀리까지! 웃음과 공감 더한 배우들의 진가
배우들의 열연은 웃음과 공감을 배가시킨 ‘허쉬’의 일등공신이다. ‘고인물’ 기자 한준혁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축을 이끈 황정민은 그 진가를 확인시켰고 ‘생존형’ 인턴 이지수의 성장기를 써 내려간 임윤아는 한층 성숙한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꿍꿍이’ 빌런을 탄생시킨 나성원 역의 손병호, 미워할 수 없는 엉성한 매력으로 분위기를 조율한 엄성한 역의 박호산을 비롯해 ‘H.U.S.H’ 멤버로 활약한 김원해, 이승준, 유선, 정준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도 김재철, 백주희, 박성일, 최강수, 이승우, 임성재 등이 개성 충만하고 리얼리티 넘치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며 매일한국 패밀리를 완성시켰다. 여기에 극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인턴 오수연 역의 경수진은 특별출연 이상의 존재감을 발산했다.
한편 오는 19일(금) 오후 11시 JTBC 새 금토드라마 ‘괴물’이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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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키이스트, JTBC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