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수술→배달부→억대 연봉자...인생 역전 "할 줄 아는게 야구 밖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2.08 06: 05

 “올해도 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KT 외야수 조용호(32)는 지난해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이끈 주역 중 하나였다. 백업으로 시작해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132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121안타 32타점 12도루 64볼넷 출루율 .392리로 깜짝 활약했다. 
주전이 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프링캠프이지만 조용호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KT 캠프가 차려진 부산 기장군에서 만난 조용호는 “올해도 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위치에서든 감독님이 기용해주시는 대로 할 것이다”고 초연하게 대답했다. 

KT 조용호가 달아나는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1루에 안착해 기뻐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이었다. 단국대 졸업반 시절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고,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잠시 몸을 담았으나 부상 재발로 팀을 떠나야 했다. 발목 외에도 어깨, 손바닥 등 야구를 하면서 6번이나 수술했다. 사회복무 기간에는 근무지의 허락을 받아 우유, 피자, 신문 배달부에 중국집 주방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생계를 어렵게 꾸려나갔다. 
SK 시절 조용호 /youngrae@osen.co.kr
2014년 육성선수로 SK에 입단하며 어렵게 프로에 입성했고, 2019년 KT에 무상 트레이드되며 기회를 잡았다. 대타, 백업으로 시작해서 어엿한 주전으로 성장했다. 연봉도 지난해 7000만원에서 올해 1억3000만원으로 86% 상승했다. 생애 첫 억대 연봉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본 조용호는 “그동안 기약 없이 야구를 했다. 주전으로 뛰는 것을 몇 번 생각하긴 했지만 그냥 야구가 좋았다. 야구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은 뒤 “매년 이맘때 2군에 주로 있었는데 올해는 다른 해보다 안정적으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전 2년차가 될 올해는 더 건강하게, 지치지 않는 시즌을 그린다. 지난해 고관절 통증으로 고생한 그는 “몸이 유연해져야 할 것 같아 요가, 필라테스를 홈트레이닝으로 했다. 다른 선수들만큼 아니어도 경험이 생겼다. 부상을 조심하고 체력 관리 잘하면 좋은 시즌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KT 조용호가 타격을 하고 있다./ ksl0919@osen.co.kr
지난해 후반기 부진으로 아깝게 놓친 3할 타율, 4할 출루율에도 재도전한다. 조용호는 “3할 타율보다 4할 출루율에 더 욕심이 난다”며 아직 맛보지 못한 통산 첫 홈런에 대해선 “(마음 먹으면) 홈런 2~3개는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에 욕심 내면 다른 것들이 떨어질 것 같다. 내가 홈런 쳐서 몇 경기나 이길 수 있겠나. 실제로 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굳이 홈런이 아니어도 팀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조용호는 “외국인 투수의 구위가 좋을 때 첫 타석에 들어가면 ‘오늘 쉽지 않겠다’ 싶을 날이 많다. 그럴 때 내가 공 몇 개라도 더 보고, 투구수를 늘리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타석당 투구수 리그 전체 1위(4.48개)에 빛나는 끈질김으로 올 시즌도 중무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해다.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회 타구 판단 미스로 주루사를 범해 팀 패배를 초래했다. 조용호는 “실수를 한 번은 할 수 있지만 또 나오면 실력이다.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머릿속으로 계속 그려지긴 하지만 그만큼 생각했으니 다신 안 할 것이다”며 “지난해 여름 체력이 떨어지면서 밸런스가 흔들렸다. 쉬면 되는데 다른 이유를 찾다 보니 더 힘들었다. 그런 일을 한 번 겪었으니 올해는 지혜롭게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KT 조용호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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