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둘러 앉아서 볼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되길 바랐다.”
조성희 감독(43)이 신작 영화 ‘승리호’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전작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이후 5년 만의 복귀인데, 넷플릭스로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영화의 규모상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게 좋았을 법하지만, 전 세계 관객들을 동시에 만나 반응을 듣는다는 점에서 넷플릭스行(행)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조성희 감독은 8일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저는 “하루 빨리 관객들을 만나뵙길 바랐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든 TV든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아직은 얼떨떨한 감정이다. 시간이 더 지나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 같은데, 제가 영화 일을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썼던 장편이 ‘승리호’인데 이제야 빛을 보게 돼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성희 감독과 제작사 측은 지난해부터 개봉일을 고심하다가, 극장 개봉을 전면 포기하고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관객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 첫 우주 SF다. 감독은 구체적인 연도를 정한 것에 대해 “2100년대는 너무 멀다고 생각했다. 한 세기를 넘지 않았으면 했다”라며 “일단 21세기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해서 이렇게 정했다. 저희가 이 영화를 위해 시대가 확정된, 시대가 언급된 영화들도 찾아봤다”고 우주 영화들을 참고했다고 전했다.
‘승리호’는 우주쓰레기 청소선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송중기가 승리호 조종사 태호, 김태리가 전략가 장 선장, 진선규가 기관사 타이거 박, 유해진이 휴머노이드 로봇 업동이 역을 맡았다.
조 감독은 배우 송중기와 ‘늑대소년’(2012) 이후 재회했다. ‘승리호'의 촬영은 2019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세월이 7~8년 지났지만(크랭크인 기준으로) 송중기와 중간중간 연락하며 만났다. 그래서 그런지 오래 전처럼 느끼지 않았다”며 “차이점은 처음보다 소통에 있어서 편했다는 거다. 송중기는 사람에 대한 변화가 없었다. 그때처럼 늘 밝고 주변 사람들과 정말 친하게 잘 지낸다. 친화력이 좋아서 예나 지금이나 성격이 좋다고 본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우주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라고 하면 멋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송중기는 다른 작품에서 멋있는 역할을 하니까.(웃음)”라고 태호의 비주얼 설정에 대해 언급했다.
‘승리호’는 키운 딸 순이를 잃어버린 태호의 서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파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이에 조성희 감독은 “저는 가족애에 관심이 있다.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 말이다. 태호에게 진짜 가족이 있었는데 그들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가 ‘승리호’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순이가 태호의 친딸은 아니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파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조 감독은 “태호가 원래의 가족을 떠나보내고 이별하는 과정이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하며 “신파이긴 하지만, 피해보려고 하긴 했다. 다만 가족애에 관심이 있었고 그런 장면들이 필요했던 거 같다. 화합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영화에 담기길 바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승리호’는 기획 단계부터 한국 영화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라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10년 가까이 ‘승리호’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조 감독과 1000여 명의 VFX 전문가가 참여해 현실감 넘치는 우주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에 황폐해진 지구,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UTS,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까지 우주로 한국인을 쏘아 올린 새로운 세계관이 볼거리를 키웠다.
이에 그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서 퀼리티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웃음)”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한다기보다 가능한 것들, 효율적이며 효과가 큰 것에 대한 작전을 세웠다. 일단 저희가 중점을 둔 부분이 두 세 가지”라며 “첫 번째는 드라마와 화면이 어울리도록 신경 썼고, 그리고 우주 공간에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보일지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VFX에 대해 그는 “정말 최선을 다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은 입자들이 날아다니는 장식적 효과까지 고생을 굉장히 많이 했다. 아티스트마다 머리 속에 그린 그림도 달라서 사전에 합의를 했다. 너무 판타지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런 부분이 조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승리호’의 속편 가능성에 대해 조성희 감독은 확정된 바는 없다고.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며 “속편이 아니더라도 저의 다른 영화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짧게 언급했다.
‘승리호’를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극장에서 재상영할 계획은 없느냐’고 하자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여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또 이 작품을 봐주신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며 “재미있게 보셨든, 아쉽게 느끼셨든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러닝타임 1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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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