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뮤지컬, 그리고 드라마 장르가 만나 신선한 조화를 완성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국악 뮤지컬 드라마 ‘구미호 레시피’다.
KBS 1TV 설 특집 뮤지컬드라마 ‘구미호 레시피’(극본 경민선, 연출 김대현)의 제작발표회가 8일 오후 진행됐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구미호 레시피’는 천 년 묵은 구미호 여희(하윤주 분)와 순수한 사랑꾼 승환(주종혁 분), 엄친아 CEO 윤호(무진성 분), 그리고 사랑의 본질은 조건이라고 여기는 선영(김나니 분) 네 남녀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국악의 선율로 풀어낸 로맨스 판타지 뮤지컬드라마다.
하윤주와 주종혁, 윤호, 김나니를 비롯해 연예계 대표 소리꾼 양금석이 산신령으로, 국악인 이희문이 월하노인 역으로 출연한다.
이날 먼저 연출을 맡은 김대현 감독은 국악 뮤지컬드라마를 만든 이유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국악을 조예가 깊다기보다는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프로그램 제작하면서 남들보다 조금 더 국악이 가진 매력을 알게 됐다. 이걸 많은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뭘까 하다가 드라마는 어떨까, 국악을 잘 얹으면 재미있는 국악 뮤지컬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여러 작품을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대현 감독은 ‘구미호 레시피’만의 차별점에 대해서 “이전의 작품들이 판소리를 중심으로 음악들이 만들어졌다면 이번에는 다른 장르의 음악들도 같이 담았다. 민요나 정가, 판소리도 함께 다른 음악들과 조화롭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시청자들이 ‘내가 어디서 들어본 듯한, 그렇지만 국악적인 요소가 담긴’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달이라는 퓨전 그룹이 있는데 리더로 활동 중인 김현보 음악 감독님이 드라마 ‘궁’, ‘꽃보다 남자’ 음악감독을 하셨다. 그런 대중적인 코드와 국악을 잘 조합해서 음악을 만들어봐야 겠다 생각하면서 접근했다. 다른 요소도 재미있지만 입에 붙는 음악이 있을 거다”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정가 보컬리스트인 하윤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장르에 도전하게 됐다. 하윤주는 김대현 PD의 오디션 러브콜에 단역이나 카메오 출연이라도 하고 싶어 현장을 찾았다가 주인공 자리를 꿰차게 됐다.
하윤주는 “(오디션에) 갔더니 다들 아시는 분들이 심사위원 같이 앉아 있더라. 일부러 나한테 이야기 안 했냐고 했다. 오디션을 보는데 마음 내려놓고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대현 PD는 “연기 보여줬던 것 중에 하나가 욕을 하는 거였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라며 하윤주를 칭찬했다.
하윤주는 ‘구미호 레시피’를 통해 드라마에 도전한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참 많았다. 드라마를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다. 풀샷, 원샷, 바스트 찍겠다는 용어는 알지만 뭘 찍고 있는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혼신을 다해서 연기를 하면 이제 원샷을 잡겠다고 하는 거다. 앞에서 눈물도 흘리고 열심히 했는데, 다시 한 번 되짚어가면서 해야겠다 생각했다. 익숙하지 않은 현장이 나에게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처음 찍다 보니까, 연극은 감정과 시간의 흐름대로 가는데 드라마는 시공간을 너무 뛰어 넘더라. 마지막부터 찍다가 앞을 찍고 그랬다. 대본을 내가 잘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해낼 수 없겠다는 생각에 대본을 달달 외웠던 기억이 있다. 힘들었지만 배우면서 옆에 계신 배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스태프 분들이 촬영 용어도 알려주고 해서 마지막에는 정말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극 중 베지테리언 구미호 역을 맡은 하윤주는 기존의 공포스러운 구미호 이미지와 차이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구미호라고 하면 꺼려 하는데, 여희라는 캐릭터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큼하고 발랄한 캐릭터다. 누구나 지나쳐도 너무 사람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밤에만 돌아다니지 않고 낮에도 열심히 활동하고 노래도 한다. 현대판 구미호라서 좀 더 친숙한 구미호 같다”라고 밝혔다.
또 ‘지난 2010년 방송된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구미호 역을 맡았던 신민아의 매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내가 나름대로 캐릭터 연구와 여희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중간 중간 눈동자 색도 한 번씩 바뀐다. 신민아 씨가 연기한 구미호와 다른 느낌이 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순수한 사랑꾼 승환 역을 맡게 된 주종혁은 남다른 출연 이유를 밝혔다. 주종혁은 ‘구미호 레시피’ 출연엗 ㅐ해서 사실 지금 다들 어려운 시국을 겪고 있다. 배우들 역시 코로나로 인해서 사랑하는 무대에 꽤 오랜 시간 서지 못하고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와 노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 크게 알려진 뮤지컬 드라마는 많지 않은데, 감독님께서 멋진 가시밭길을 가시는데 같이 밟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 연기, 국악 모든 요소들이 피할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였다”라고 밝혔다.
또 주종혁은 국악 뮤지컬드라마라는 장르가 낯설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실 뮤지컬 드라마도 생경하지만 국악 뮤지컬드라마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우려하는 부분도 있을 거다. 기우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배우로서 내가 국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융화가 잘 될까라는 걱정도 있었는데 역시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서 그런지 만나자마자 그런 걱정들이 날아갔다. 현장에서는 똑같더라. 음악은 진심으로 하는 거고, 그런 진심들이 모여서 굉장한 콜라보가 나온 것 같다”라고 덧붙여 기대를 높였다.
엄친아 CEO 윤호 역을 맡은 무진성도 “그동안 봐오지 못했던 드라마다. 내용도 너무 신선했고, 한 장르의 음악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가, 민요, 발라드 같은 모든 음악들이 콜라보레이션 돼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하고 싶었다.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너무 하고 싶었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는 국악인 이희문도 출연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 이희문은 “사실은 연기의 ‘연’자로 모르는 사람인데, 김대현 감독님이 연락을 해오셨다. 나를 위해서 이 역할을 만들었다고 감언이설을 했다. 굉장히 애교도 많으시다. 그래서 사실 내가 넘어갔다”라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이에 김대현 PD는 “애교라기보다 잘 설득을 드렸다. 워낙 이희문 씨가 가진 매력이 있다. 공연할 때나 유튜브를 보면 매번 공연마다 다른 모습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표출하신다. 우리 드라마에 오시면 얼마나 감초 역할을 잘 해주실까 해서 꼭 모시고 싶었다. 그럴 때 애교 정도야”라며 웃었다.
국악인으로서 이희문은 ‘구미호 레시피’에 대해서 “기존에서 이런 작품들을 간혹 하긴 했었다. 그 때는 국악 중에서 판소리였다. 판소리 하시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연기가 되는 장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하윤주 씨는 정가, 나는 경기 민요를 하는 사람이다. 정가나 경기민요는 텍스트가 함축적인 시로 돼 있었다. 그래서 연기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국악을 버무려보고 싶었다는 취지가 있어서 해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국악이라는 색다른 요소를 더한 만큼 기존 드라마와 다른 신선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김대현 PD는 가장 신경 쓴 부분에 대해서 “가장 큰 건 음악이다. 뮤지컬드라마는 국내에서 잘 자리 잡지 않은 장르다. 국악을 덧붙인다고 하니까 더 생소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영화와 달리 드라마, TV를 통해서 보여줘야 하니까 어떻게 하면 음악적으로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까 하는 부분이 고민스러웠다. 조금은 연기가 낯설 수 있는 국악인들이 함께 하는 점이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본 작업하면서도 신경 쓴 것 같다”라며 국악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만만한 배우들의 시청률 공약도 이어졌다. 김대현 PD는 두 자리 수 시청률 공약을 언급했다. 이에 하윤주는 “만약 시청률 두 자리 수가 넘으면 우리 OST에 나오는 모든 노래를 한 번 라이브로 방송을 해보고 싶다. 의미도 있을 것 같다”라고 공약했다.
또 주종혁은 “무진성 배우가 최근 바디프로필을 찍었다고 한다. 두 자리수면 무진성 배우가 상의탈의하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팬 들이 좋아할 것 같다”라고 말했고, 무진성은 “그러면 내가 복근을 공개하면서, 주종혁 선배님은 옆에서 노래를 부르면 되겠다”라고 거들어 웃음을 줬다.
마지막으로 김대현 PD는 ‘구미호 레시피’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언급했다. 김대현 PD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출연은 못했지만 송소희 씨도 목소리로 도움을 주셨다. 그런 부분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라고 꼽았다.
하윤주는 “난해하고 친밀하지 않아서, 근접하게 다가가서 즐겨보지 않은 국악이라는 장르에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심히 혼을 쏟았다. 국악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안하게 즐기면 좋을 것 같다”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구미호 레시피’는 오는 12일과 13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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