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때부터 키운 투수 "15승은 해야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2.09 08: 02

“내 성에 차려면 15승은 해야지.”
KBO리그 역대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에 빛나는 ‘전설의 명장’ 김응룡(80)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지난 6일 부산 기장군에 차려진 KT의 스프링캠프를 깜짝 방문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부산에 내려와 모교 개성고를 후원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이 KT 캠프를 찾은 건 초등학교 때부터 키운 투수 심재민(27) 때문이었다. 
심재민은 불펜투구를 마친 뒤 벤치에 앉아있던 김 전 회장을 ‘백허그’ 할 정도로 스스림없다. 김 전 회장은 현역 시절 남다른 카리스마로 주변에서 쉽게 다가서지 못한 ‘코끼리 감독’이었지만, 심재민은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먼저 다가간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져온 오랜 인연은 마치 할아버지와 손자 같다. 

김응룡 전 회장이 기장 스프링캠프를 찾아 심재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김해 출신의 심재민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의 리틀야구대회에 나갔는데 할아버지가 저를 처음 봤다. 그때부터 겨울이 되면 삼성 훈련장이 있는 경산에서 갔다. 훈련도 하고, 장비도 받고, 김해까지 차비로 용돈도 받았다”고 떠올렸다. 당시 삼성 구단 사장이었던 김 전 회장은 심재민의 가능성을 눈여겨보며 삼성 훈련장에 자주 불렀다. 
KT 심재민이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심재민이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당시 삼성 포수였던 심광호 KT 스카우트팀 과장이 공을 받기도 했다. 그때를 기억하는 심광호 과장은 “중학교 3학년답지 않게 체격이나 공이 좋았었다”고 떠올리며 “웨이트도 시켜주면서 잘 챙겼는데 한 팀에서 다시 만나니 감개무량하다. 지금도 애착이 가는 선수”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모교인 개성고로 진학한 심재민은 청소년대표를 지내며 2014년 우선지명으로 KT에 입단했다. 2018년까지 1군에서 4시즌 통산 217경기 9승18패2세이브24홀드 평균자책점 5.57 탈삼진 164개. 4년 연속 40경기 이상 등판한 중간투수였다. 지난 2년간 사회복무요원을 거쳐 올해 KT에서 복귀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기장 캠프에서 5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KT 심재민이 불펜 피칭을 마치고 포수 장성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김 전 회장은 “내 성에 차려면 15승은 해야 한다. 그래야 에이스라고 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면서도 “강약 조절을 하고, 컨트롤이 좋아져야 한다. 군대 다녀왔으니 이제 철 들었을 것이다”는 말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강철 KT 감독도 “심재민이 캠프에선 선발에 맞춰 투구수를 준비하고 있다. 중간도 가능한 선수라 어느 곳이든 자리 하나 잡아주면 좋다”고 기대했다. 
KT 위즈가 6일 부산시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2021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담금질에 나섰다.김응룡 전 회장이 기장 스프링캠프를 찾아 심재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심재민은 “선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15승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웃은 뒤 “보직에 신경 쓰지 않고 어느 자리든 던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지금 몸 상태는 아픈 데 없고 좋다. 2년간 팀이 강해졌다. 투수들이 성장을 많이 했다”며 “지난해 팀의 가을야구를 (고)영표형과 밥먹으면서 봤다. 솔직히 배아프긴 했다. 올해 가을야구에 같이 가자는 다짐을 했다”는 말로 첫 가을야구를 목표로 세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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