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송중기(37)가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2017) 이후 신작 ‘승리호’(감독 조성희)로 컴백했다. 그 사이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2019)로 시청자들을 만났지만 영화는 4년 만이다.
그는 9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스크린 복귀에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 저는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승리호’를 하고 싶었다. 선택의 8할 이상은 조성희 감독”이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부터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끌리는 걸 바로 하는 편인데 주변에서는 과감한 선택이라고 하시더라. 힘든 걸 왜 하냐며 변태 같다고 하시기도 한다.(웃음) 저는 안 해봤던 장르라, 그저 다 반가웠다”고 선택한 이유를 덧붙였다.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 배우가 재회한 영화 ‘승리호’(제작 영화사비단길)가 이달 5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마침내 출항했다. 국내 첫 우주 SF라는 수식어를 얻은 ‘승리호'는 지난해 추석, 극장 개봉을 염두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OTT인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일 수밖에 없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만 송중기는 “개봉을 기다렸는데, 이 시점에 이렇게 공개하게 됐다는 점은 감지덕지”라고 기분 좋은 심경을 드러냈다.
1천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눈부신 우주 비주얼을 완성한 ‘승리호’는 국내 제작진과 배우들이 한국에서 처음 만든 우주 SF라는 점에서 일명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걸맞다. 이에 송중기는 “공개를 앞두면서 이게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영화구나, 싶었다. 저희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국가대표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승리호’는 근미래 2092년을 배경으로 한 우주SF.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를 치우는 승리호 멤버들이 인간형 로봇 도로시(박예린 분)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는 승리호의 조종사 김태호를 연기했다.
이에 송중기는 “공개를 앞두고 부담이 생기긴 했지만 사실 선택을 할 때는 두렵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딸을 가진 아빠 역할에도 전혀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딸 가진 아빠 역을 제가 그동안 안 해봤고 실제로도 그런 경험을 안 해봤는데 ‘내가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 싶었다. 또한 대중이 ‘내가 아빠 역을 맡았을 때 그걸 받아들일까?’ 싶었다. 저는 막상 아버지 역할에 대해 1도 부담감이 없었는데, 준비를 하다 보니, 어떻게 표현할지 막막하더라.”
그러면서 송중기는 “제가 처음에 해석을 잘못한 거였고 유해진, 진선규, 김태리와 얘기 나누며 답을 찾았다. 태호는 항상 그대로인데 중간에 변화한다고 생각을 해서 막막했던 거 같다. 잠깐 정체된 인물이지 변화한 인물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대신 제가 태호의 서사를 몽타주로 짧게 설명을 해야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어떻게 대비, 대조를 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들려줬다.
영화 ‘늑대소년’(2012)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성희 감독과 ‘승리호’를 통해 재작업한 그는 “감독님이 제게 한결같다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에 감독님이 더 한결같다. 거의 10년 만에 만났지만 여전히 순박하고, 여전히 말도 없고 여전히 쑥스러움을 많이 탄다”라고 곁에서 본 조 감독에 대해 평했다. 앞서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에 대해 ‘한결같다’고 평가했던 바.
송중기는 “제 직업이 사람들에게 많은 평가를 받는 연예인이라도 겉과 속이 다르면 제가 문드러지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겉과 속이 같으려고 한다. 지난번에 열린 컨퍼런스에서 '이 영화의 촬영을 시작했을 때 인간 송중기의 모습이 태호처럼 자포자기의 상태였다'고 얘기했었는데 개인사는 여백의 미로 남겨 놓고 싶다”고 자평했다.
한편 ‘승리호’는 본격 우주SF를 지향하지만, 주요 소재로 부성애를 차용했다는 점에서 신파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중기는 ‘신파’라는 반응에 대해 “저는 좋다, 안 좋다는 반응을 많이 봤다. 어떤 작품을 선보였을 때 항상 다양한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저는 귀 기울여 들으려고 한다”며 “달콤한 말을 하는 사람보다 쓴 사람의 말을 더 들으려고 한다. 어쨌든 그런 반응이 나왔다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럴 수 있겠구나’ 싶다. 크게 생각하진 않고 ‘아~ 그런 반응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송중기는 추가 설명을 보태며 “더 말씀을 드리자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8할 이상이 조성희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게 감독님의 색깔인 거 같다”며 "제가 좋아서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고 그런(신파) 부분도 좋게 생각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만족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 유해진, 진선규, 김태리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깊은 만족감을 내보였다.
“세 배우와 각각 했던 적도 없고 이번이 처음인데, 처음 같지 않은 기분이 시작부터 들었다. 저희가 너무 짓궂어서 감독님이 힘들었을 거다(웃음). 제가 부족하면 태리, 선규형, 해진형이 메워줄 거 같은 생각도 들더라. 특히 해진이 형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원래 업동이가 촬영장에 없어도 되는데 해진이 형이 나오셔서 모션캡처를 해주셨다. 그래서 같이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짠 게 굉장히 많아서 첫 시나리오상과 달라진 게 많다. 해진이 형이 경험이 많으시기 때문에 현장에서 제일 많이 중심을 잡아주셨다.”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큰 행복이라는 걸 느꼈다”는 송중기. 그는 “상업작품을 하는 배우로서 흥행 비결은 모르겠다. 저를 믿고 선택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 해본 다양한 장르를 하려고 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