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이달 5일 공개된 영화 ‘승리호’(제작사 영화사비단길)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SF 우주 영화라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설렘, 부담, 높은 기대가 공존하기 마련. 어쩔 수 없이 이름 앞에 ‘첫’ ‘최초’ ‘처음’이라는 명예로운 수식어가 붙기 때문에 주인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중기는 “저는 안 해봤던 것이라서 그저 다 반가웠다”고 말한다.
배우 송중기(37)가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2017),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2019)를 거쳐 신작 ‘승리호’로 대중 앞에 섰다. 9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저는 제가 끌리는 걸 하는 편인데 주변에서는 과감한 선택이라고 하시더라. ‘힘든 걸 왜 하냐?’며 ‘변태 같다’고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2092년을 배경으로 잡은 ‘승리호’는 우주청소선 승리호의 조종사 김태호(송중기 분), 선장 장현숙(김태리 분),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분), 휴머노이드 업동이(유해진 분)가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로봇 도로시(박예린 분)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나선 이야기를 담았다.
조성희 감독은 오래된 인공위성이나 발사로켓의 파편이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으며, 그것이 우주폐기물이라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모든 인종이 모인 광활한 우주에서 한국인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까라는 상상력을 보태 ‘승리호’를 완성했다.
단편영화 ‘남매의 집’(2009)부터 상업데뷔작 ‘늑대소년’(2012)까지,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만들어온 조성희 감독이 오랫동안 구상해온 이야기가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승리호’의 초안은 ‘늑대소년’보다 앞섰다고 한다.
송중기는 이날 “제가 ‘승리호’ 출연을 결정한 8할 이상은 조성희 감독님이다. (신파가 있는 것도) 감독님의 색깔인 거 같다. 인간 조성희를 좋아하고, 제가 좋아서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완성본에 대한 만족도를 밝혔다.
조 감독은 자신의 상업장편 데뷔작 ‘늑대소년’으로 호흡을 맞췄던 송중기가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변함이 없다고 칭찬했다. 이에 송중기는 “감독님이 제게 한결같다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에 감독님이 더 한결같다. 거의 10년 만에 만났지만 여전히 순박하고, 말도 없고, 쑥스러움을 많이 탄다”고 곁에서 본 조성희 감독에 대해 전했다.
지난 8일 열린 인터뷰에서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가 여전히 한결같다”고 평가했던 바. 이에 그는 “제 직업이 사람들에게 많은 평가를 받는 연예인이라도 겉과 속이 다르면 문드러지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겉과 속이 같으려고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송중기의 전작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상고시대를 다룬 작품이었고, 이번 영화 ‘승리호’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우주시대를 그린 작품이다.
이쯤 되면 송중기가 최초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을 즐기는 게 아닐까 싶은데?
이에 송중기는 “그런 상황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 끌린다”라며 “영화 ‘보고타’를 한다고 했을 때도 주변에서 거기까지 왜 가냐, 힘들 거 같다고 하셨는데 제가 그냥 하고 싶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 해본 다양한 장르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승리호’는 근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기저에는 사연 많고 불쌍한 조종사 태호의 부성애가 깔려있다. 우주 SF를 지향하면서 굳이 잃어버린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까지 챙겼어야 했나 싶은데,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 된다는 점은 공감이 갈 포인트다.
이렇듯 '승리호'는 눈물 나는 드라마로 감동을 노리지만, 우주를 구현한 VFX 장면의 완성도는 상당하다. 무엇보다 가늠하기 어려운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추격전은 의외의 재미를 안긴다.
송중기는 “딸을 가진 아빠 역할을 제가 그동안 안 해봤고 실제로도 그런 경험을 안 해봐서 ‘내가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 싶었다. 내가 아빠 역을 맡았을 때 대중이 그런 제 모습을 받아들일까 싶기도 했다”고 고민한 지점을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막상 저는 아버지 역에 대해 1도 부담이 없었다. 두렵다거나 부담감은 없었는데 막상 표현할 때 ‘어떡하지?’ 싶은 마음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신파’라는 반응에 대해서는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항상 다양한 반응을 접한다. 이번에도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신파라는 일부 반응을) 크게 생각하진 않고 있고 ‘그런 반응도 있구나’ 단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저는 달콤한 말보다 쓴소리에 더 귀 기울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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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