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 PS→은퇴 전 우승…“대호 형은 내뱉은 말 꼭 지킨다” [오!쎈 부산캠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2.10 06: 05

“(이)대호 형은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스타일이다.”
#1. 2017년 1월 30일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서 다시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는 입단식 당시 “5강보다 더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노력하다보면 개인 성적도 쌓일 것이다. 팀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들어왔다고 확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뭔가 달라진 롯데가 될 수 있도록, 강팀이 되는 롯데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이전해 1승15패로 철저하게 굴복한 지역 라이벌 NC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작년에 롯데가 NC에 안 좋았던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들이 준비를 잘 하겠다. 지역 라이벌 아닌가. 어떻게든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졌다.

롯데 이대호가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이대호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실제로 지켰다. 롯데는 후반기 기적과 같은 연승 행진으로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그리고 NC를 상대로도 1승15패에서 9승7패로 상대전적에서 다시 우위를 점했다. 
#2. 2021년 1월 29일
이대호가 롯데로 복귀하고 정확히 4년 후. 이대호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롯데와 2년 26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대호는 계약 조건에 매년 1억 원씩 우승 인센티브 조항을 삽입했고, 인센티브를 수령하면 전액 기부를 약속했다. 이대호는 스프링캠프 시작과 함께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야구를 하면서 남은 꿈 하나는 롯데 우승이다. 기간이 정말 안 남았다. 꼭 2년 안에 우승을 하고 싶다.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이 2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남은 2년 동안 우승을 위해 쏟아 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대호의 우승 인센티브가 주는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준 이대호의 계약에 흐뭇해 했다. 주장 전준우 역시 “우리가 (이)대호 형 우승 인센티브를 타게 잘 해야 한다”며 “어느 순간 우리 팀이 우승에 대한 목표를 얘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목표가 생겼고 우승이라는 말이 정말 피부에 와닿는 것 같다”며 결의를 다졌다. 투수 노경은은 "우리 팀은 한 번 잠재력이 터질 때 됐다. 작년에 7등했다고 우승 못하라는 법은 없다. 야구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뭔가 한 번 포텐 터질 때가 됐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할 것만 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대호와 함께했던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이대호의 우승 인센티브는 화제다. 딕슨 마차도는 “정말 좋은 계약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우승은 선수들의 최종 목표 중 하나다”며 “그런 목표 중 하나를 이룰 수 있다면 정말 좋은 것이다. 매 경기를 즐기다보면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댄 스트레일리는 “우승 인센티브 조항을 알고 있었고, 우승에 대한 마음이 크다.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우리도 한국시리즈 우승 기회가 생길 것이다”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다졌다. 
현재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사직구장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선수가 바로 이대호다. 플레잉 코치인 송승준을 제외하면 최고참인 이대호는 후배들과 함께 즐겁게 소통하면서 마지막 2년 중 첫 번째 시즌의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우승 열망을 내비친 뒤 더욱 의욕적이다. 
동료, 후배 선수들도 이대호의 마지막 소망이 롯데에서의 우승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더 움직이고 있다. 비시즌마다 이대호와 함께 사이판 합동 훈련을 떠났던 정훈은 이대호의 계약에 대해 ‘마지막까지 이대호 다운’ 계약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정훈은 “야구 선수 이대호의 마지막 꿈이라고 생각한다. 대호 형이 일본에서 우승은 했지만 그래도 롯데에 애정이 더 크다. 대호 형이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대호 형은 뱉어놓으려면 어떻게든 지키려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나 우승을 하고 싶은지 그런게 느껴졌다”며 이대호의 생각을 읽었다. 
허문회 감독은 올해 분명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선수단은 허 감독의 방향성에 맞춰서 알차게 준비했고 이대호가 일으킨 잔잔한 파장으로 목표 의식이 생겼다. 선수단을 좀 더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가고 있다. 허문회 감독 스스로도 지난해 초보감독으로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허 감독은 “고민보다는 기대하는 것이 더 많다. 선수단의 약점을 분석하고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불안감보다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약한 부분들은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면서 “10위에서 7위로 올라섰고 올해는 또 3단계 이상 올라서려고 한다. 선수들이 정말 준비를 잘해서 긍정적 요소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이대호가 설정해 놓은 마지막 2년, 롯데는 어떻게 달라지고 발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4년 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약속을 결국 지켰던 것처럼 선수 생활의 마지막 약속인 우승도 만들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
롯데 이대호가 타격 훈련 중 오윤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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