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과 라미란이 인상적인 수상 장면과 소감 멘트로 감동을 선사했다. 박정민은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을 추모했고, 라미란은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지난 9일 오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제41회 청룡영화상'이 진행됐다. 당초 지난해 12월 11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기돼 올해 뒤늦게 열렸다.
신인상 '버티고' 유태오,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을 비롯해 최우수작품상 '남산의 부장들'까지 한국 영화의 한 해를 정리한 가운데, 이날 수상 장면과 수상 소감이 가장 눈에 띈 배우는 바로 박정민과 라미란이었다. 박정민은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절친 고 박지선을 언급하면서 눈시울을 붉혔고, 라미란은 생애 첫 여우주연상에 눈물을 흘렸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박정민은 '강철비2'의 신정근·유연석, '남산의 부장들'의 이성민·이희준 등과 경쟁해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박정민은 극중 태국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인남(황정민 분)을 도와주는 인물이자 태국의 트랜스젠더 유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 속 히든카드 겸 반전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박정민은 "만약 내가 이 마이크 앞에서 딱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할 수 있다면 딱 한 분이 떠올랐다. 사실 이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내가 이 영화를 촬영할 때 나한테 항상 '괜찮냐'고 물어봐 준 친구가 한 명 있다. 늘 나의 안부를 물어주고 궁금해주던 친구가 작년에 하늘나라로 갔다"며 고 박지선의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박지선은 지난해 11월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또, 박정민은 "아직 그 친구를 보내지 못 했다. 만약 상을 탄다면 '괜찮냐'고 물어봐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보고 있는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얘기하고 싶다. 더욱 노력하는 배우되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라미란은 지난 제34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소원'으로 조연상을 받은데 이어 7년 만에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정직한 후보'의 라미란은 '윤희에게' 김희애, '디바' 신민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전도연,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등을 제치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무대에 오른 라미란은 "저한테 왜 이러세요. 사실 코미디 영화라서 노미네이트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왜 상을 주고 그러세요"라며 이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그때 조연상을 받고 다른 곳에서 우스갯소리로 '다음에는 주연상으로 인사드리겠다'라고 했는데 노미네이트 되자마자 받아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라며 "아마도 작년에 우리가 너무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작은 웃음이라도 드린 것에 많은 의미를 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같다. 청룡에서 코미디 영화가 상을 받다니 정말 감격스럽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라미란은 "아마도 '정직한 후보' 속 주상숙이라면 이런 수상소감 했을 거 같다. '배우라면 주연상 한 번쯤은 받아야죠?' 좀 웃으시라고 한 건데..지금 랜선에서는 난리가 났네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현재 '정직한 후보2'를 촬영 중이라고 밝힌 라미란은 "정말 죄송하지만 내년에도 여러분들의 배꼽 도둑이 돼보겠다. 다음에도 꼭 주연상 받으러 오겠다. 감사하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이 밖에 '사도'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유아인은 5년 만에 또 다시 주연상을 받으면서 30대에만 무려 2번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각본 및 감독상은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최다관객상은 '백두산', 청정원 인기스타상은 유아인과 정유미 등이 수상했다.
/ hsjssu@osen.co.kr
[사진] 제41회 청룡영화상 방송화면 캡처, 청룡영화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