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저녁에는 온 가족이 오손도손 TV 앞에 모여앉아 '외국인 장기자랑'에 손뼉 친다? 먼 옛날 풍경이다. '아이돌 체육대회(아육대)' 응원 경쟁? 얼마전 모습이다.
요즘은 각자 따로 논다. 아이들(10~30대까지?)은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SNS 삼매경이고 갓 중년 세대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드 미드나 영화 등 각자 취향대로 골라보기다. 거실 TV는 어른들 차지다. 여기에 와서야 공중파와 케이블, 그리고 종편 등 기존의 방송에서 내보내는 명절 특집을 맛볼 수 있다.
5인 가족도 못 모이니 단출하게 집에서 4인 가족 설날 저녁 밥상을 받았다. 와이프는 모처럼 한가로운 명절이라고 신바람을 냈다. 사춘기에 갓 접어든 두 10대 아들들도 놓친 세뱃돈보다는 당장의 자유가 더 즐거운 모양이다. 이러다가는 혼자 밥 먹는거나 다름없겠다 싶어서 TV 리모콘을 막내에게 넘겼다. 가족 화합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요즘은 TV로도 유튜브 온갖 콘텐츠를 다 볼 수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본격적인 시청은 첫 경험이다. 큰 화면에 소리 크게 키우니 비싼 유료 채널들과 다를 바 없다. 막내는 이리저리 화살같은 빠르기로 수많은 채널들을 검색한다. 두 녀석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아빠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
공부에 집중하라고 핸드폰 관리까지 하면서 유튜브 남용을 막았지만 별 소득 없었다는 사실을 이번 설날에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하나. 유튜브 먹방이 이렇게 재미있고 신세계였음을.
먹방을 고르길래 이왕이면 쯔양을 보자고 했다. 엔터테인먼트쪽 일을 하다보니 쯔양 이름은 최근에 꽤 들어서 친숙했다. 본방과 재방의 구분이 없는 여기는 유튜브 세상. 세숫대야 크기의 사발 가득한 닭칼국수를 후루룩 순삭하는 예전 방송분부터 가장 최근의 곱창 먹방 라이브까지. 네 가족(사실은 부부 둘만)이 입 헤 벌리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여린 처자가 저렇게 많은 음식을 저렇게 빨리 먹는 게 가능한 일인가."
쯔양에 이어 큰 녀석이 더 인정한다는 먹방계의 신성 히밥의 라면 20그릇 흡입 장면도 목격했다.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찌꺼기 한 점 없이 참 야물딱지게 면발을 빨아들였다. 평소에는 식탁에서 말 한 마디 안하던 무뚝뚝한 두 아들이 앞다퉈 설명한다. 누구는 얼마 벌고 누구는 구독자가 얼마고...
후배 기자들이 웬만한 연예인보다 뜨는 유튜버의 인기와 지명도가 훨씬 높다고 애달프게 호소하던 걸 이날 드디어 실감했다. 안방극장의 왕좌가 이미 지상파 TV 등 기존 방송가의 품에서 빠르게 떠나는 사실도.../mgwire@osen.co.kr
[사진] 유튜브 채널 ‘쯔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