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한국프로야구가 닻을 올렸다.
LG 트윈스의 전신 MBC 청룡의 창단 감독은 백인천이었다. 경동고를 졸업하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 19년 동안 뛰었다. 그의 나이는 만 39살이었다. 선수로 본다면 환갑의 나이였다. 그냥 감독만 할 줄 알았는데 선수까지 겸임했다.
일본 통산 2할7푼8리의 타율을 기록했고, 타격왕까지 차지했던 화려한 경력이었다. 팬들은 일본 타격왕을 지낸 고수의 타격을 보고자했다. 언론들도 과연 얼마나 칠까 궁금해했다. 결과는 250타수 103안타, 타율 4할1푼2리를 기록했다.
내노라하는 국내 투수들도 백인천의 짧고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때리는 스윙을 견디지 못했다.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타석수가 좀 적기는 했지만 4할 타율은 경이적이었다.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당시는 투수들이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포크볼과 싱커와 싸웠던 백인천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투수들이 아마의 티를 벗지 못했던 첫 해 KBO리그를 씹어먹었다. 이듬해는 35경기 1할9푼, 1984년 10경기 2할8푼1리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로부터 39년이 지난 2021년 2월. KBO리그는 빅뉴스를 접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의 창단 멤버로 계약했다. 백인천이 한국에 왔을 때 태어났다. 1982년 백인천과 똑같은 39살의 나이이다.
추신수의 경력은 백인천 보다 더 화려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무대에서 '20홈런-20도루'를 세 번이나 했고, 통산 218홈런을 날렸다.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홈런에 최다타점(782개)까지 기록했다. 여기에 올스타전까지 출전했다.
지금껏 KBO리그 무대를 밟은 역대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추신수의 커리어를 넘는 이는 없었다. 그런 추신수가 KBO 투수들을 상대로 어떤 타격 성적을 낼 지 초미의 관심이다.
추신수는 WBC 대표시절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도 톱클래스급 투수인 다르빗슈 유의 볼을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겨버렸다. 이제 나이를 먹었으니 그때의 호쾌한 스윙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백인천 처럼 차원이 다른 타격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류선규 SK 단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BO 리그를 씹어먹을 것이라는 취지로 추신수의 활약을 전망했다. 1982년과 달리 한국야구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KBO리그 투수들도 추신수를 상대로 어떤 공략을 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개막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