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NCAA 최고빅맨’ 설린저와 라건아, KBL에서 격돌했다 [오!쎈 현장]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1.03.14 18: 49

라건아(32, KCC)와 제러드 설린저(29, KGC)가 첫 맞대결에서 막상막하의 명승부를 펼쳤다. 
전주 KCC는 14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6라운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84-78로 눌렀다. 2연승을 달린 KCC(31승 15패)는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KGC(24승 22패)는 전자랜드와 공동 4위로 내려갔다. 
KCC는 최고외인으로 평가받던 타일러 데이비스가 무릎부상으로 낙마했다. 라건아가 1옵션으로 승격됐다. 데이비스의 이탈은 아쉽지만 라건아 역시 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라건아와 설린저의 첫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는 2010-12년 같은 시기에 미국대학농구 NCAA 디비전1에서 활약한 공통점이 있다. 컨퍼런스가 달랐던 두 선수는 대학생시절 맞대결을 펼친 기록은 없다. 
당시 토마스 로빈슨과 함께 전미최고의 파워포워드로 평가받은 설린저는 2012년 오하이오 주립대를 NCAA 토너먼트 파이널포로 이끌었다. 설린저를 탈락시킨 선수가 바로 캔자스대학의 토마스 로빈슨과 제프 위디였다. 설린저는 캔자스와 두 차례 시즌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위디가 오리온에 남아있었다면 설린저와 좋은 라이벌 관계가 이어졌을 것이다. 설린저는 2012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1순위로 보스턴 셀틱스에 지명돼 5년간 NBA에서 활약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은 시기 라건아도 미주리대학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NBA에 가기에는 '언더사이즈'라는 신체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라건아는 지금처럼 중거리 슈팅이 좋지도 않았다. 결국 2012년 NBA 드래프트에 낙방한 라건아는 현대모비스에 입단해 KBL 최고 외국선수로 성장했다. 두 선수가 붙을 일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인생은 아무도 앞길을 알 수 없다. 설린저는 부상으로 NBA 경력을 아쉽게 마감했고, 2017년 중국 CBA 선전에서 뛰었지만 퇴출됐다. 라건아는 KBL의 왕으로 군림했고, 한국국적까지 취득했다. 올 시즌 설린저가 KGC에 입단하며 라건아와 맞대결이 드디어 성사됐다. 10년 전만 해도 설린저가 우위였지만, KBL에서는 라건아의 경력이 훨씬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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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건아와 설린저의 KBL 맞대결이 볼만했다. 팀의 주득점원인 두 선수가 서로를 수비하며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라건아가 3쿼터 골밑슛을 넣자 설린저가 연속 3점슛으로 맞대응했다. 두 선수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펼쳤다. 
4쿼터 종료 2분 59초를 남기고 골밑슛을 시도하던 설린저가 라건아에게 반칙을 얻었다. 설린저는 자유투 2구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71-78 추격을 이끌었다. 라건아는 4파울에 걸렸다. 설린저는 수비에서 결정적인 스틸까지 해냈지만 라인을 밟아 공격권을 내줬다. 설린저는 종료 2분 15초전 골밑슛을 넣어 5점차 경기를 만들어냈다. 설린저는 4쿼터 6득점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설린저는 종료 1분 50초전 귀중한 수비리바운드를 잡았다. 기세를 탄 KGC는 종료 24.8초전 변준형이 이정현의 공을 가로채 속공을 성공했다. KGC가 78-79로 턱밑까지 맹추격했다. 종료 18.2초전 변준형이 이정현에게 U파울을 범하면서 승부가 넘어갔다. 라건아는 종료 17.4초전 쐐기 자유투 1구를 성공했다. 설린저의 마지막 3점슛 시도가 불발됐고, 라건아가 리바운드를 잡아 승부가 갈렸다. 라건아는 자유투 2구를 다 놓쳤다. 
이날 라건아는 23점, 19리바운드, 1블록슛의 대활약을 펼쳤지만 4쿼터에는 얻은 자유투 4개 중 3개를 놓치며 1점에 그쳤다. 설린저는 21점, 10리바운드, 3블록슛, 1스틸로 활약했다. 특히 4쿼터 6득점을 몰아치며 블록슛과 스틸까지 기록한 설린저의 능력은 탁월했다. 팀은 승패가 갈렸지만 두 선수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명승부를 펼쳤다. 
전성기 시절 설린저는 육중한 체격을 활용한 포스트업에 능했다. 당시보다 20kg이상 체중을 감량한 설린저는 3점슛까지 능숙하게 쏠 수 있는 전천후 빅맨으로 진화했다. 간간이 골밑에서 나오는 그의 파워플레이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다만 설린저는 아직 2년여의 선수공백으로 체력이 완전치 않고 KBL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KCC와 KGC가 상위권에서 경쟁하며 라건아와 설린저의 라이벌 관계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두 선수는 이제 플레이오프에서 만나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안양=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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