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9? ‘챔프전 MVP’ 김연경의 힘 절실한 흥국생명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3.20 09: 13

흥국생명이 12년 전 영광 재현을 향한 힘찬 첫걸음을 뗀다. 2위로 밀려난 ‘절대 1강’이 챔피언이 되기 위해선 당시 챔프전 MVP를 차지했던 김연경의 힘이 절실하다.
흥국생명은 20일 홈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절대 1강’으로 꼽힌 흥국생명이 어쩌다 플레이오프부터 봄배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배구여제 김연경에 국가대표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 가세한 흥국생명은 올 시즌 유력한 통합우승 후보였다. 개막에 앞서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실제로 개막 10연승을 비롯해 4라운드까지 17승 3패의 압도적 승률을 기록하며 전망을 밝혀나갔다.

3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이 득점에 포효하고 있다. /jpenws@osen.co.kr

그러나 핵심 전력이었던 이재영과 이다영이 ‘학폭 미투 사태’로 떠나며 모든 꿈과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 V리그 정상급 공격력과 리시브를 자랑했던 이재영과 국가대표 장신 세터 이다영의 빈자리는 예상보다 컸다. 김다솔, 김미연, 이한비 등 백업 자원들이 대거 코트에 투입됐지만, 주전 의존도가 높은 상황 속에서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에이스 김연경도 불안한 수비와 세터의 잦은 교체 속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5라운드와 6라운드를 연달아 1승 4패로 마감한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준우승으로 아쉽게 정규리그를 마쳤다. 그래도 4라운드까지 많은 승수를 챙긴 덕분에 2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제부터 치러지는 경기는 변수가 많은 단기전이다. 특히 V리그 포스트시즌의 경우 에이스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월드스타 김연경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1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이 득점에 성공하며 김미연과 기뻐하고 있다. /jpenws@osen.co.kr
김연경이 V리그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건 지난 2008-2009시즌 이후 무려 12년만이다. 당시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3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서 KT&G를 2승 무패로 따돌린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를 만나 3승 1패로 정상을 차지했다.
우승의 주역은 김연경이었다.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6경기 모두 출전해 무려 156점(공격성공률 51.32%)을 책임지는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뽐냈다. 챔피언결정전 MVP 역시 그의 차지. 우승을 확정지은 4차전에서는 혼자 33점을 담당했다.
일본, 터키, 중국 등 해외 생활을 거쳐 11년 만에 돌아온 V리그서 다시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2008-2009시즌과 달리 악재로 인해 GS칼텍스에 1위를 내준 만큼 우승을 향한 열망이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다음 시즌 거취가 불분명한 가운데 이번 포스트시즌이 V리그서 치르는 마지막 봄 배구가 될 수도 있다.
김연경은 18일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서 “한국에서 계속 배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찾아온 기회를 잡고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였던 현대건설전과 KGC인삼공사전에서 모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현대건설전 패배로 자력 우승 기회를 잃었고, 인삼공사를 만나서도 완패를 당하며 숙소에 있던 GS칼텍스에게 우승을 내줬다. 세터와 리시브 불안은 봄 배구에서도 안고가야 할 숙제다.
그러나 단기전은 다를 것이란 예상이다. 김연경은 “우리 경기력이 가장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라 변수가 있다. 모든 선수들이 도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승리를 다짐했다.
과연 흥국생명이 12년 전 그랬던 것처럼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통산 5번째 우승을 해낼 수 있을까. 챔프전 MVP 경험이 있는 김연경의 어깨가 무겁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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