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1할타자 김하성, 추신수의 한마디 "시간이 좀 필요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3.22 05: 24

“실력이 됐으니까 메이저리그에 간 친구다. 시간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을 뛰고 SSG 랜더스로 돌아온 추신수(39)의 화려한 커리어 뒤에는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숱한 역경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막 성인이 됐을 무렵 이역만리에서 마이너리그의 고된 생활을 견뎌냈다.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고 2001년 루키리그부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첫 경기를 뛴 것은 2005년 막바지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08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8년이라는 세월이 걸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적응과 좌절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단단해졌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쓸 수 있게 됐다.
코리안 빅리거 타자들 중에서는 가장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에 몸담았고 생활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동안 KBO리그를 거쳐 미국에 진출한 타자들이 롤모델로 삼고 의지하는 선배이기도 했다.

KT 위즈와 SSG 랜더스가 13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연습경기를 가졌다.SSG 추신수가 타격 훈련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하지만 올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추신수의 직접적인 조언과 보호막 없이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만약 추신수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애리조나 지역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 했을 경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터.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외롭게 성장통을 겪고 있다. 아직은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수비에서는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지만 타격에서는 신통치 않다. 21일(한국시간) 기준 타율 1할1푼5리(26타수 3안타) 1타점에 불과하다. 잘 맞은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향하고 넘어가야 할 타구들이 담장 앞에서 잡히는 등 혈이 뚫리지 않으며 슬럼프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추신수는 김하성을 향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야구 실력은 충분하지만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 추신수는 “(김하성은) 실력이 돼서 메이저리그에 갔다”면서 “투수들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야구 외적으로 날씨나 문화 등 적응해야 할 것 들이 많다. 아마 야구가 끝난 뒤의 일상들이 힘들 것이다. 하루 종일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의 통과의례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부분들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모두 겪었던 부분이다”면서 “분명 실력 있는 선수다.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의 개막 엔트리 진입 여부는 아직까지는 긍정적이다. 실력을 증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아직은 기다림의 ‘허니문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추신수의 말처럼 조급하게 접근해서는 성공과 멀어질 수도 있다. 과연 추신수의 조언이 태평양을 건너 김하성에게 닿아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OSEN=글렌데일(미 애리조나주), 이사부 통신원]4회초 김하성이 2루 뜬공을 날리고 1루로 향하고 있다. /lsb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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