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도 어찌할 수 없었던 1세트 졸전이었다.
흥국생명은 22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IBK기업은행과의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이틀 전 1차전에서 공격성공률이 60%에 달한 김연경을 앞세워 기선을 제압한 흥국생명. 정규리그 막바지 부진한 경기력이 봄배구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였다. 김연경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세터 김다솔, 레프트 김미연에 어린 센터 김채연-이주아까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정규시즌의 아픈 기억을 씻어냈다. 당시 박미희 감독도 “선수들이 오랜만에 잘했으니 칭찬을 해달라”고 모처럼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2차전에서 기세를 잇지 못했다. 기세를 잇지 못한 정도가 아니었다. 1세트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졸전을 펼쳤다. 1차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나섰지만, 5, 6라운드의 좋지 못했던 경기력이 고스란히 나왔다. 세터 김다솔과 리시브 라인이 동반 붕괴되면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6-25 19점 차 대패를 당했다. 세터가 부진하자 에이스 김연경의 기록도 2점(공격성공률 25%)에 머물렀다. 김연경의 몸놀림도 1차전보다는 무거워보였다.
흥국생명은 1세트 6점에 그치며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V리그 여자부 역대 한 세트 최소 득점 신기록을 수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종전 최소 기록은 7점. 1세트 팀 공격성공률이 9.38, 공격 효율은 –25.00%로 상당히 저조했다.
2세트에도 좀처럼 경기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베테랑 센터 김나희와 김미연이 득점에 가세하며 흐름이 나아졌지만, 계속해서 리시브 라인이 안정을 찾지 못했다. 세터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김연경, 브루나 등 공격수들도 제 타이밍에 스파이크를 시도하지 못했다. 1세트보다 8점을 더 올렸지만, 1, 2세트 점수를 합산해도 25점이 안 됐다.
예열이 뒤늦게 된 것일까. 3세트부터 지난 1차전의 조직력이 나왔다. 브루나가 살아나면서 김연경도 동반 반등에 성공한 것. 13-13에서 이주아의 공격으로 모처럼 리드를 잡았고, 브루나를 앞세워 빠르게 격차를 벌려나갔다. 김다솔의 서브 에이스와 김미연의 블로킹도 분위기 반전에 한 몫을 했다. 20점 이후에는 에이스 김연경이 날아올라 벼랑 끝 탈출을 이끌었다.
이후 4세트에서도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졌지만, 결국 듀스 승부 끝 무릎을 꿇었다. 1, 2세트 경기력에 아쉬움이 짙게 남는 순간이었다. 김연경은 1세트 부진을 딛고 20점(공격성공률 46.15%)으로 반등했지만, 패배에 미소를 짓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오는 24일 장소를 홈으로 옮겨 챔피언결정전을 향한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