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하던 특급 유망주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 그 팀이 또 시카고 컵스라서 ‘꼼수’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ESPN’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컵스가 내야수 니코 호너(24)를 개막 로스터 대신 마이너리그에 내려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호너가 마이너리그에서 36일을 보내면 컵스가 1년 더 그를 보유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201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4순위로 지명된 우투우타 내야수 호너는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유망주. 2019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2년간 68경기 타율 2할4푼7리 46안타 3홈런 30타점 OPS .643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번 시범경기에서 눈에 띄는 성장했다. 13경기에서 36타수 13안타 타율 3할6푼1리 1홈런 6타점 3도루 OPS 1.039로 맹타를 치며 컵스의 유력한 주전 2루수로 떠올랐지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마이너리그행이 결정했다.
2019년 급박한 팀 사정으로 호너의 빅리그 데뷔가 빨랐고, 조금 더 준비 기간이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코로나로 마이너리그 개막이 5월로 미뤄진 가운데 호너는 실전 경기 대신 대체 시설에서 훈련을 하게 생겼다.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마이너행 명분이 없다. FA 취득을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로 보이는 이유.
메이저리그는 6시즌을 보내야 FA 자격이 주어지는데 풀타임 기준이 172일이다. 컵스뿐만 아니라 시애틀 매리너스 외야수 제러드 캘레닉, 미네소타 트윈스 외야수 알렉스 키릴로프 등 다른 팀 유망주들도 최근 같은 이유로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다. 올 시즌 뒤 노사협정에서는 서비스타임 관련 규정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문제는 컵스만의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컵스는 과거에도 전력이 있다. 지난 2015년 시범경기에서 14경기 타율 4할2푼5리 9홈런 15타점 OPS 1.652으로 맹활약한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하며 선수 측으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샀다.
당시 브라이언트는 컵스 구단 계획대로 개막 12일이 지난 뒤 메이저리그에 올라갔다. 그해 서비스타임 171일로 FA 자격에 단 1일이 모자랐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2020년 1월 서비스타임 관련해 조정위원회에 이의 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문제로 컵스 구단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은 브라이언트는 올 시즌을 마친 뒤 FA로 풀린다. 1년을 손해보면서 30세에 FA가 된다.
한편 호너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감에 따라 초청선수로 컵스에 합류한 베테랑 내야수 에릭 소가드가 개막 로스터에 승선할 예정. 이달 초 컵스와 마이너 계약을 한 소가드는 시범경기에서 11경기 27타수 10안타 타율 3할7푼 1홈런 4타점 OPS 1.024로 활약 중이다. 소가드 외에 데이비드 보티(16경기 타율 .316 3홈런 8타점 OPS 1.065), 일데마로 바르가스(17경기 타율 .324 1홈런 5타점 OPS .813) 등 나머지 백업 내야수들도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컵스는 호너를 마이너로 내려보낼 여유가 생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