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FC와 아프리카TV가 함께 개최한 ARC 004가 지난 27일 잠실 롯데월드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열렸다. 총 8개 경기 16명이 출전, 오랜만에 케이지에 올랐다. ARC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세대교체다. ROAD FC 센트럴리그와 오디션 프로그램 <맞짱의 신>에서 활약한 파이터들이 출전해 승리를 따내면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 부담감 떨쳐낸 고등래퍼 이정현
이정현(19, 싸비MMA)은 초등학생일 때부터 ROAD FC 대회를 직관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MMA를 시작해 아마추어리그인 ROAD FC 센트럴리그에 꾸준히 출전했다. 센트럴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이정현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5월 ARC 001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아마추어리그에서의 경험은 곧 프로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정현은 프로 데뷔전에서 고동혁과 화려한 타격전을 벌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동혁을 TKO로 꺽은 뒤 두 번째 경기에서는 베테랑인 유재남마저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꺾으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27일 ARC 004에서 경량급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KO 장면을 만들어 냈다. 1라운드 박진우(19, 팀 피니쉬)와 타격전을 벌이며 감을 잡더니 2라운드에서 상대를 실신 시켰다.
사실 이 경기 전까지 이정현의 부담은 상당했다. Mnet '고등래퍼4'에 출연해 음악과 운동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준급의 랩 실력을 보여주며 멘토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격투기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운동에 집중 안 했다는 악플을 받을 것이 예상됐다.
경기 전 이정현도 “고등래퍼에 나가서 종합격투기 선수라고 알려져서 더 기대하는 부분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지면 운동에 집중 안 하고 방송에 나갔다고 안 좋게 보일 거다. 둘 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그렇기에 목숨 걸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이정현은 1라운드에서 감을 잡은 뒤 2라운드에 상대를 실신 KO 시켰다. 부담감을 실력으로 이겨내 스타로서 자질이 충분하다는 걸 증명했다.
경기 후 이정현은 “부담이 너무 심하게 됐다. 상대가 데뷔전이라서 지면 나락이라고 생각했다. 고등래퍼 프로그램에 나가서 평소보다 많은 주목을 받아서 열심히 했는데, 사실 시합 준비 기간이 짧아서 불안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도 실망스러웠다. 큰 선수가 되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 4연승 질주한 혼혈 파이터 오일학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일학(19, 팀 스트롱울프)은 2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느라 어머니가 많은 고생을 해서 오일학은 항상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왔다.
어머니를 호강시켜드리기 위해 오일학은 ROAD FC 챔피언을 꿈꾸고 있다. 센트럴리그에서 실력을 키워와 프로 선수가 됐고, 이제는 4연승을 질주한 어엿한 세대교체의 주역이다.
오일학은 4연승 중 2승을 베테랑 파이터에게 거뒀다. 김은수에게는 1라운드 10초 만에 승리했고, 박정교는 스탠딩 상황에서 길로틴 초크로 잡아냈다. 타격과 서브미션 기술 모두 상대를 피니쉬 시킬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연승을 달린 오일학의 목표는 ROAD FC 챔피언인데, 이번 경기 승리로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오일학은 황인수를 콜하며 희망 상대까지 언급했다.
오일학은 “황인수 선수와 대결하고 싶다. 황인수 선수와 대결했던 선수들이 주먹에 맞고 다 나가떨어졌다. 펀치가 어떤지 궁금하다. 예전부터 황인수 선수와 대결하고 싶었는데, 재밌을 거 같다. 황인수 선수를 이기고 미들급 챔피언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최고의 이변 이끌어 낸 우슈 세계 챔피언 박승모
이번 대회 최고의 업셋은 박승모의 KO승이다. 우슈 세계 챔피언이자 ROAD FC 격투 오디션 맞짱의 우승자인 그는 몽골 복싱 국가대표 출신인 난딘에르덴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경기가 발표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스매치라고 평가했다. 박승모가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 맞짱의 신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너무 강한 상대와 싸우는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런 평가에 박승모는 오기가 생겼다. 언더독이라는 평가를 확실히 뒤집도록 칼을 갈았다. 프로 데뷔전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고, 자신의 주특기인 타격은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었다.
훈련의 성과는 결과로 드러났다. 박승모는 난딘에르덴과 대결에서 1라운드 초반 위기가 있었지만, 침착하게 대등했다. 상대의 펀치에 휘청거리면서도 거리를 벌려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곧바로 이어진 난타전에서는 상대의 안면에 펀치를 꽂으며 다운을 이끌어 냈다. 이어진 후속타에서도 정확히 안면에 펀치를 적중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박승모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질 거라고, 내가 안 될 거라고 얘기했던 게 나를 더 자극하고 강하게 만들었다. 이번 경기에서 내 실력을 증명했고, 앞으로 MMA에서 챔피언까지 하겠다. ROAD FC에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 6월, 7월 개최 예정인 ROAD FC 넘버시리즈
ARC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ROAD FC는 이제 넘버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6월, 7월에 넘버시리즈를 개최할 예정이다.
ROAD FC 정문홍 회장은 “스탠바이는 6월, 7월에 무조건 한다. 코로나가 너무 터져서 국가가 위기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무조건 못하는 거다. 6월, 7월에 안 되면 8월, 9월에 할 거다. 국가가 허락하면 하는 것이고, 국가가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 거다.근데 6월, 7월에 첫 대회를 개시를 한다면, 스타트 후에는 올해 계속 개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환 대표도 “코로나가 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넘버시리즈를 개최할 것이다. 오래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확정되는 게 있다면 넘버시리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로드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