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새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29)의 구위가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성공을 점치는 것일까.
수아레즈는 시즌 전 예상대로 데뷔전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손쉽게 승리투수가 된 것. 최고 구속 150km의 직구 아래 주무기인 투심과 슬라이더 등을 곁들이며 지난해 정규시즌 준우승을 거둔 KT 타선을 압도했다. 직구와 투심의 낮고 예리한 제구가 인상적이었다.
수아레즈의 공은 타자뿐만 아니라 포수에게도 쉽지 않았다. 수아레즈와 호흡을 맞춘 LG 주전포수 유강남은 “다른 투수에 비해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다. 디셉션 동작이 좋은데 타이밍까지 빨라 공을 정확히 잡을 수 없다”며 “처음에는 구위가 워낙 좋고, 템포가 빨라 헤맸지만, 이제 조금씩 요령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수아레즈는 첫 등판 후 유강남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유강남의 프레이밍을 두고 “뭘 던지든 자신 있게 잘 받아준다. 마치 스티커처럼 딱 달라붙는 느낌”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유강남은 “아마 타이밍이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때 잡힌 걸 보고 그런 것 같다”고 웃으며 “디셉션 동작이 좋은 투수라 마음속으로 타이밍을 맞추려 해도 반 박자씩 빨라 공이 계속 아래쪽에서 잡힌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수아레즈의 올 시즌 대박을 점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포수가 잡기 힘든 공이면 타자들에겐 더욱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유강남은 “포수가 잡기 힘들 정도면 타자들은 더 빨리 준비를 해야 정타를 칠 수 있다. 타자는 포수보다 더 앞에 있고 정확히 치려면 그보다 더 앞에서 쳐야한다”며 “포수는 요령이 생기면 정확한 타이밍에 공을 잡을 수 있지만, 타자는 계속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LG 차명석 단장은 수아레즈를 처음 영입했을 때 제2의 데이비드 허프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프는 2016년 스캇 코프랜드의 대체 외인으로 LG 유니폼을 입고 2시즌 통산 32경기 13승 6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활약한 좌완투수다. 당시 150km에 달하는 직구와 체인지업의 조화를 앞세워 LG 에이스 임무를 수행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수아레즈는 제2의 허프가 아닌 허프의 상위 버전이란 평가다. 유강남은 “일단 두 선수 스타일이 다르다. 허프는 구종이 3개(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뿐인데 변화구의 퀄리티가 그렇게 높지 않다”며 “반면 수아레즈는 구종이 다양하고 구종 별 완성도도 높다. 직구가 살아날 요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수준급 투수가 합류한 만큼 그에 걸맞은 수준급 프레이밍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유강남은 “(프레이밍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데 가끔 과해질 때가 있다. 그 비율만 낮춘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며 “프레이밍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WAR에도 들어가는 수치가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