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화만 만나면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두산 김태형 감독이 지난 시즌 한화만 만나면 유독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두산은 2020시즌 최하위 한화에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 6월 14일 대전에서 한화의 18연패 탈출의 제물이 됐고, 순위싸움이 한창이던 9월 22~23일 다시 대전에서 충격의 스윕패를 당하며 상위권 도약에 제동이 걸렸다. 9월까지 한화에게 상대전적이 열세인 팀은 두산(5승 6패)과 삼성(5승 1무 6패) 두 팀뿐이었다.
이후 4승 1패를 더해 간신히 9승 7패의 근소한 우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이는 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직행하지 못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가 지나 지난 9일 대전에서 2021시즌 첫 만남을 가졌다. 두산은 오재일, 최주환, 라울 알칸타라 등 주축 전력이 대거 이탈했고, 한화는 리빌딩 적임자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야심차게 선임한 상황. 그러나 여전히 객관적 전력 상 우위에 있는 팀은 두산이었다. 개막 후 4경기 성적도 두산은 3승 1패, 한화는 1승 3패로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곰의 독수리 공포증은 치유되지 않았다. 믿었던 선발 유희관이 무너진 부분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노시환에게만 무려 3점홈런 두 방을 헌납하며 4⅔이닝 9피안타(2피홈런) 1볼넷 1탈삼진 6실점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시즌에도 대전에서 2경기 평균자책점 10.80의 악몽을 경험했는데 여전히 대전 마운드에 적응하지 못했다.
타선 침체도 심각했다. 안타 7개에도 홈을 밟은 주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회 2사 2루, 2회 무사 2루, 3회 2사 2루, 4회 1사 2루, 7회 1사 2루, 9회 무사 1루 등 수차례의 득점권 찬스에서 모두 후속타가 나오지 않은 결과다. 부진했던 양석환이 2루타 2개를 포함 3안타로 살아난 건 고무적이지만, 양석환만 살아났다. 최근 3경기 연속 득점이 1-1-0에 그치며 시즌 첫 연패에 빠진 두산이다.
두산은 10일 에이스 워커 로켓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첫 경기 완패가 우연일지, 아니면 올해도 한화 포비아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