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야수를 투수로 기용한 이유를 밝히며 "이렇게 이슈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1-14로 크게 뒤진 9회초 3루수 강경학을 투수로 깜짝 투입했다. 강경학은 최고 142km 강속구를 던지며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안타 3개와 사사구 3개로 4실점했다.
이어 외야수 정진호가 투입돼 3번째 아웃카운트를 잡고 이닝을 끝냈다. 한 이닝에 야수 2명이 차례로 마운드에 오른 진귀한 순간. 두 선수 모두 투수 등판은 처음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선 투수의 야수 기용이 꽤 흔한 일이지만, 보수적인 KBO리그에선 파격적인 기용법으로 여겨진다. 경기는 두산이 18-1 대승을 거뒀으나 수베로 감독의 투수 운용이 더 큰 화제를 낳았다.
수베로 감독은 11일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점수 차이가 많이 난 상황에서 불펜투수를 아껴기 위해 야수를 투수로 올렸다. 만약 그런 상황이 다시 나온다면 어제와 같은 이유로 올리게 될 것이다"며 "오늘 라이언 카펜터가 선발로 나선다. 1승만 더하면 위닝시리즈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지극히 상식적으로 운용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강경학과 정진호를 올렸을까. 수베로 감독은 "야수들에게 투수를 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다들 투수를 한 지 오래 됐다고 하는데 강경학과 정진호, 최재훈이 가능하다고 했다. 강경학에겐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가운데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라고 했는데 강하게 던지더라. 야수를 투수로 올릴 때 부상 위험을 가장 걱정하고 신경 쓰긴 한다"고 설명했다.
포지션 파괴 수비 시프트와 선발 1+1 탠덤 운용 등 파격적인 시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수베로 감독은 이번 야수의 투수 기용으로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수베로 감독은 "이렇게 이슈가 될 줄 몰랐다. 지금까지 지도자를 하며서 경험한 것을 지금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내겐 보통 일인데 크게 이슈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 또 어떤 서프라이즈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