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이 야수의 투수 기용에 쿨한 반응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1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도 그런 상황이 되면 야수가 투수로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10일) 한화는 두산에 1-14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초 내야수 강경학을 투수로 깜짝 기용했다. 강경학은 ⅔이닝 3피안타 3사사구 4실점을 기록한 뒤 외야수 정진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정진호가 신성현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경기는 두산의 18-1 대승으로 끝났지만 한 이닝에 야수 2명을 마운드에 올린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깜짝 기용이 화제를 모았다. 수베로 감독은 11일 경기 전 이에 대해 “점수 차이가 큰 상황에서 불펜을 아껴야 했다. 상식적으로 가능한 운용이었는데 이렇게 이슈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상대팀 김태형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다. 승리조가 나갈 수 없을 때 마지막 투수가 7~8점을 줘도 계속 던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우리나라 정서상 야수가 투수로 던지는 것에 대해 아직 (안 좋은 시선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괜찮다고 본다. 투수를 바꿔줘야 할 상황에 그럴 수 있다. 우리도 그런 상황이 되면 야수가 투수로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두산이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면 어떤 야수가 마운드에 나설까. 김 감독은 "오재원이 자기가 제일 먼저 나가겠다고 말할 것 같은데 상황을 봐야 한다”며 웃은 뒤 "야수가 투수로 던지면 30구 이상은 무리라고 본다. 어제 한화도 강경학을 그 정도 개수에서 잘 뺀 것 같다. 138km 정도 던지면 다음날 뭉칠 것이다”고 말했다.
강경학은 28개의 공을 던지고 교체됐다. 투구를 마친 뒤 보강 운동을 한 강경학은 “어깨 멀쩡하다. 수베로 감독님께서 투수로 던질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할 수 있다고 했다. 점수 차이도 많이 났고, 투수를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제대로 마무리를 못했다"며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투수 데뷔 소감을 말했다. waw@osen.co.kr